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번화가인 도쿄 긴자(銀座)의 식당 두 곳에서 만찬을 했다. 돈가스의 발상지인 ‘2차’ 만찬 장소 렌가테이(煉瓦亭)보다 유명세는 덜 하지만, ‘1차’ 만찬 장소인 요시자와(吉澤)도 ‘합리적인 가격에 맛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박2일간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와 16일 도쿄 긴자의 한 스키야키·샤부샤부 전문점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도쿄 지요다구 나카타초에 있는 총리관저에서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을 한 후 만찬 장소로 이동했다. ‘1차’ 만찬 장소는 총리관저에서 2.2㎞쯤 떨어져 있는 도쿄 주오구 긴자에 있는 요시자와였다.

만찬은 부부 동반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저녁 7시 40분쯤 요시자와 식당에 도착했고, 미리 와 있던 기시다 총리가 입구로 나와 윤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 기시다 유코(岸田裕子) 여사까지 네 사람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이후 신발을 벗고 지하로 내려가 만찬 장소인 방으로 향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만찬 장소인 이 방에 대해 “전통 일본식 ‘호리고다쓰(掘りごたつ)’ 방으로, 두 부부가 앉고 통역을 위해 네 명이 배석했다”고 전했다. 호리고다쓰는 다다미가 깔린 바닥에 다리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을 파고, 발이 춥지 않게 파인 곳에 열원을 놓은 구조의 좌석이다. 의자에 앉는 것과 비슷한 자세가 나오며, 한국에서도 일식당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정상회담 뒤 1차로 만찬을 하는 도쿄 긴자의 유명 스키야키·샤부샤부 전문점인 '요시자와' 모습. /연합뉴스

요시자와는 스키야키와 샤브샤브가 유명하다. 1924년 정육점으로 시작했고, 현재 정육점과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노포(老鋪)다. 일본 소 ‘와규’를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

스키야키는 쇠고기를 주된 식재료로 사용해, 간장과 설탕으로 양념을 하고 다양한 채소와 두부 등을 함께 넣어 익힌 뒤 날계란에 찍어 먹는 일본의 전통 요리다. 일본은 불교의 영향으로 1200년 간 육식을 하지 않았는데, 메이지 유신 후 육식에 대한 저항감을 줄이려 일본식 전골 형태로 쇠고기를 끓여 먹다가 스키야키로 발전했다.

다만 공개된 사진에는 식탁 위 그릇에 스키야키나 샤브샤브는 놓여 있지 않다. 전채가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맛집 검색 사이트 ‘타베로그’에 따르면 스키야키 샤브샤브, 오일야키(기름을 뿌린 철판에서 고기와 생선, 채소를 구운 요리) 등으로 구성된 코스요리는 매(梅) 6600엔, 죽(竹) 8800엔, 송(松) 1만1000엔, 특선(特選) 1만3200엔 등의 가격대다.

도쿄 긴자에 있는 '요시자와' 식당의 샤브샤브. /타베로그 홈페이지 캡처

구글맵에는 요시자와 식당에 리뷰가 198개 달려 있고, 네티즌 평점은 4.3점이다. 한국인이 적은 리뷰도 남겨져 있다. 한 네티즌은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스키야키를 즐길 수 있다.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평일 점심시간에 줄 서서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고기 미쳤다. 무조건 먹어봐야 할 맛”이라고 썼다.

요시자와 식당에서는 만찬주로 사케인 ‘다이긴조 가모쓰루 소카쿠(大吟醸 賀茂鶴 双鶴)’가 올랐다. 기시다 총리의 지역구인 히로시마현에서 생산된 술이다. 이 사케를 생산한 회사 ‘가모쓰루’는 올해로 창업 150년을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정상회담 뒤 2차로 만찬을 하는 도쿄 긴자의 경양식집인 렌가테이 모습. 이날 오후 식당 앞에 경찰들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식사를 마친 양국 정상은 ‘2차’로 요시자와에서 직선거리로 200m쯤 떨어진 렌가테이(煉瓦亭)로 자리를 옮겨 저녁 9시 15분쯤부터 대화를 이어갔다.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유코 여사는 동행하지 않고 차담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통역 이외에 다른 배석자는 없었다.

렌가테이는 1895년 창업해 128년 역사를 자랑하는 경양식집이다. 메이지유신 후 일본에서 육식이 시작되고, 돼지고기로 커틀릿 요리를 만드는 방법이 전해졌다. 이후 렌가테이는 일본식 튀김 기법을 응용해 돼지고기에 밀가루와 계란,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겨내는 방식을 개발했고, 이를 ‘포크커틀릿’이라는 이름으로 팔기 시작했다. 현재 ‘돈가스’의 시초다. 렌가테이는 아직도 메뉴판에 돈가스 대신 ‘원조포크커틀릿’이라고 적어놓고 있다. 일본식 오믈렛 라이스(Omelette Rice)인 ‘오므라이스(Omurice)’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4일 렌가테이가 ‘2차’ 만찬 장소로 선정된 데 대해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는 윤 대통령의 희망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소 다로(麻生太郎) 자민당 부총재는 이날 자신의 파벌인 ‘아소파’ 회의에서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의 일화를 언급했다. 아소 부총재에 따르면 당시 윤 대통령은 “일본에서 맛있었던 것은 오므라이스다”라고 말했고, 아소 부총재는 “지금은 좀 더 맛있는 것이 있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다만 공개된 사진에는 식탁 위에 오므라이스나 돈가스는 놓여 있지 않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대중적인 맥주 브랜드 중 상대적으로 고급으로 통하는 에비스 맥주잔을 들고 건배했다. 아사히 신문은 윤 대통령과 교류가 있는 관계자를 인용해 “(윤 대통령은) 일본 맥주, 특히 에비스 맥주를 좋아한다”며 “마찬가지로 애주가로 알려진 기시다 총리와 맥주 등을 대작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도쿄 긴자에 있는 '돈가스의 원조' 렌가테이의 오므라이스. /타베로그 홈페이지 캡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총리와 가까운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양 정상은 ‘1차’ 요시자와에서는 사케를 마시면서 스키야키와 이나니와우동을 주문했다. 이나니와우동은 손으로 면을 펴는 독특한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말린 우동으로, 가느다란 면발은 쫄깃하면서 부드럽게 목에 넘어간다.

‘2차’인 렌가테이에서는 오므라이스와 하이라이스, 돈가스 등을 먹었다고 전했다. 공개된 사진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정장을 갖춰 입은 모습이지만, 식사 중 정장 상의와 넥타이를 벗고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