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8일 최근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일제 강제동원(징용) 해법에 대해 “화해를 향한 용감한 발걸음”이라는 취지의 논평을 실었다. WP는 “윤 대통령이 성공한다면 한국 정치에서 용기 있는 인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도 했다.
WP는 이날 수미 테리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현대자동차-한국국제교류재단(KF) 센터장 겸 아시아프로그램 국장과 맥스 부트 칼럼니스트의 이 같은 논평을 실었다.
테리 국장은 ‘한국, 일본과의 화해를 향한 용감한 발걸음’ 제목의 논평에서 “정치에서는 용기 있는 인물을 찾기 어렵다. 이런 점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몇 가지 주목할만한 예외적인 사례에 대해 책을 쓸 수 있었던 이유”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 대통령은 한일 간 오랜 역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감한 발걸음을 내디디며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했다.
이어 “1910년에 시작된 식민 통치의 마지막 국면인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군은 약 75만 명의 한국인 남성을 강제 징용했으며, 20만 명의 여성을 일본군을 위해 ‘위안부(성노예)’로 징집했다. 일본과 한국은 1965년 국교를 회복했으나 한일 관계는 긴장 관계였다”고 했다.
이들은 “역사 분쟁을 해결하려는 마지막 중요한 시도는 2015년 일본과 위안부 합의를 추진한 윤석열 대통령 이전의 보수성향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 시기에 있었다”며 “그러나 진보성향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하자마자 그 합의를 파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2018년 한국 대법원은 일본의 주요 대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에 전시 (징용) 노동자들에 대한 배상을 명령했다. 일본 기업들은 일본이 모든 전시(2차대전 기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1965년에 한국에 5억달러의 원조와 차관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며 거절했다”며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에 첨단 소재 수출을 규제하고 한국을 일본의 수출 절차 우대 조치국(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다”고 했다.
이어 “지난 1년 동안 한일은 큰 국제 행사 계기에 양국 정상이 세 차례 만나며 벼랑 끝에서 멀어지려고 노력했다”며 “윤 대통령이 일본 정부가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요구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큰 진전이 이뤄졌다”며 “한국 기업들은 한국 대법원에서 손해 배상 판결을 받은 원고들에게 보상하기 위해 기금을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2015년 위안부 합의 협상 시 담당 외무상)는 ‘한일 관계를 건전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윤 대통령의 발표를 환영했다”고 했다.
이어 “신중하게 짜인 외교적 움직임으로 기시다 정부는 전임 일본 총리가 일본의 한국 식민 통치에 대해 “깊은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표명한 지난 1998년 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확인했다”며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해제하고 무역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다음 안건은 2011년 이후 최초로 추진되는 일본과 한국 정상의 국빈 방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보다 긴밀한 한미일간 3자 관계를 조용히 추진해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두 동맹국 간 협력과 파트너십’의 돌파구라고 하며 환영했다”며 “역사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것은 한국 안보의 관점에서는 당연한 것(no-brainer)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최근 1919년 3월 1일을 기념하는 연설에서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국제 환경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중국이 주변국을 위협하는 등 매우 위협적이어서 두 민주주의 국가(한국과 일본)는 협력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게다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모두 임기 초기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윤 대통령은 2022년에 취임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향후 몇 년간 양국 정상이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윤 대통령에게 선물한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의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고 쓰여 있는 팻말이 있다”며 “윤 대통령은 정부 관료들에게 일본과의 관계 개선으로 인한 어떤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성공한다면 그는 한국 정치의 용기 있는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그간 걱정스러웠던 한일 관계에 희망찬 새 장을 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