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의원들이 설날 상여금으로 1인당 414만4380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의 소명대로 법안처리나 민생을 챙기는 것보다 정치적 공세와 정쟁에만 집중하지 않냐는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회의원들이 설날을 앞두고 ‘명절 특별보너스’를 한 일에 비해 너무 많이 받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설날 상여금은 현재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이라 의정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에게도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장민영

24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올해 국회의원 설날상여금은 414만4380원으로 책정됐다. 대통령령인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월봉금액의 60%를 설과 추석에 ‘명절상여금(명절휴가비)’으로 지급하게 돼 있다. 현재 국회의원의 월 일반수당은 690만7300원이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이 금액의 60%를 올 설날 상여금으로 받게 된 것이다.

올해 국회의원 연봉은 1억5426만3460원이다. 각종 수당과 활동비를 합친 1년 연봉은 지난해와 같은 금액으로 동결된 상태다. 때문에 설날상여금의 기준이 되는 일반수당도 동결된 만큼 올해는 국회의원 설 명절휴가비가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5개년치만 봐도 국회의원 1명이 받아간 설 명절휴가비는 ▲2019년 397만9200원 ▲2020년 405만780원 ▲2021년 408만7200원 ▲2022년 414만4380원으로 매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반 직장인(근로소득자)들의 설 명절상여금 상황은 다르다. 일반 국민 10명 중 8명이 중소기업을 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졸 신입사원에게 설 명절휴가비는 ‘반드시 받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평균 설날상여금 금액으로 보면, 국회의원의 설날상여금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올 1월 5일까지 중소기업 800곳을 대상으로 ‘2023년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를 조사한 결과, 올해 설 상여금(현금)을 ‘지급 예정’이라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44.3%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지난해 35.0%에 비해 늘어난 수치지만, 1인당 평균 40만원으로 책정돼, 지난해 평균 설 상여금에 비해 4.7만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미정’인 곳도 17.0%에 달했다.

그래픽=장민영

여기에 국회의원들의 직업적 능률은 오른 ‘명절 특별보너스’를 받을 자격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발의주체별 법안처리 통과율을 보면 역대 국회를 거듭할수록 법안처리 통과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과 각 상임위원장이 접수·발의한 법안 통계를 살펴보면 ▲17대 국회(200년~2008년) 법안처리 통과율 45.1% ▲18대 국회(2008~2012년) 법안처리 통과율 40% ▲19대 국회(2012~2016년) 법안처리 통과율 39.6% ▲20대 국회(2016~2020년) 34.9% ▲21대 국회(2020~2024년·2023년 1월 기준) 26.1%로 집계됐다. 아무리 아직 1년 2개월 정도 임기가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제21대 국회의원과 각 상임위원장이 접수·발의한 법안이 실제 민생·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 반영(처리)’까지 가는 ‘법안처리 통과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낮아진 것이다.

법안처리 통과는 미비한 가운데, 여야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예산을 두고 정쟁을 일삼기까지 했다. 지난 12월24일 여야는 끝장 대치 끝에 줄 파행됐던 내년도 예산안을 ‘윤석열표 예산’인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경비와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화폐 예산에서 각각 절반씩 깎인 채 간신히 마무리됐다.

민생이 아닌 각 정당의 알력싸움의 결과였다. 가까스로 끝난 ‘예산 정쟁’ 이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22년이 끝나기 전에 지속적으로 합의하겠다던 안전운임제·초과근로연장제 등 일몰법안은 결국 합의하지 못했다. 그로 인한 혼란이나 어려움은 현장 사람들과 서민들의 몫이었다. 결국 민생을 책임져야 하는 여야가 서로 헐뜯느라 민생·경제를 챙기지 못하자, ‘명절 특별보너스’ 자격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의 ‘명절 특별보너스’에 국민들이 눈총이 따가운 것은 그만큼 ‘국민의 대표’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에 맞는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거대양당체제에서 파생된 권력 구조에서 민생을 위한 여야 협치가 어려울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국민적 신뢰와 기대감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출직 공무원들이 민생·경제를 위해 어떤 법안을 발의했고 통과시켜 법안에 반영했다는 식의 일을 하기에는 (현재 여야 정국에서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더구나 의정활동을 일반 근로자처럼 근무평가나 성적을 매기기도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국회’라는 직장에서 나오는 성과금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물론 여야가 정쟁만 하는 걸 보는 국민 입장에서는 좋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비록 국회의원의 명절상여금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을 수밖에 없지만, 현재 양당 체제로 굴러가는 국회에서는 여야 협치도 어렵고 당 차원에서 무조건적인 반대로 인한 법안 통과도 힘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정치권 잣대가 엄격한 편”이라며 “민생이나 경제가 아닌 당 차원의 명분으로 서로 싸우니까 답답함을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