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하면서 오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조선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모든 선거구를 중대선거구제로 하기보다는 지역 특성에 따라 한 선거구에서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바 있으나 집권 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대선거구제는 1개의 지역구에서 2∼3인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 제도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는 1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1인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게 될 경우, 소선거구제에 비해 사표(死票)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소수정당이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져 다양한 유권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 다만 군소 정당이 난립해 정국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오는 3월까지 2024년 총선 선거 제도를 확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4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1년 전인 오는 4월(법정기한)까지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시무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현행 소선거구제가 사표가 많이 발생하고 그래서 국민의 뜻이 제대로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못하고, 승자독식의 선거 제도로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대안의 하나로 중대선거구제가 제안되고 있다. 그 밖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포함해 여러 대안을 잘 혼합해서 선거법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의장은 “앞으로 정치개혁특위에서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선거법 개정안을 복수로 제한하고 본회의를 통해 300명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회부해 3월 중순까지는 내년에 시행하는 총선 선거 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야 내에서도 논의를 이어나가겠다는 분위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부산시 연제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장점으로는 소수자들 진입이 가능하고 신인 진출이 용이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득권, 소위 유명하고 경제력이 큰 사람들만의 장이 될 수도 있다”면서 “이런 장단점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당내 의견을 모아가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대구 신년인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가동 중인 정개특위를 통해서도 논의가 있을 것이고 그 다음에 의원총회 등을 통해서 당에서도 선거제도에 관한 의견들을 빠른 시간 안에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국민의힘 소속 유승민 전 의원도 이례적으로 동의의 뜻을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께서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했다”며 “두 분의 중대선거구제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 이를 계기로 우리 국회가 선거제도 개편에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오는 2월 정개특위가 전국을 돌며 선거제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연다는 보도에 대해 “소위 의사일정은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만 밝혔다.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공지를 통해 “1월 정개특위 소위원회 의사일정은 아직까지 교섭단체간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2월 전국 순회 공청회 개최안은 정개특위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