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 정기국회 중점법안에서 ‘망사용료 의무화 법안(망사용료법)’이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망사용료법은 망(網)을 제공하는 SK브로드밴드·KT 등 국내 통신기업에게 넷플릭스·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가 통신망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대선 후보를 지낼 당시부터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 등을 이유로 망사용료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추진해왔는데, 20대 지지층 등 여론 반발이 심해지자 최근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지난 15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정기국회 중점법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중 과방위 중점법안에서 망사용료법이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이번 민주당 정책 의총 결과에서 과방위 쪽 중점 법안에서 망사용료법이 빠진 게 맞는다”고 밝혔다.

망사용료법은 망(網)을 제공하는 국내 통신기업에게 넷플릭스·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가 통신망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7명의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로 민주당에서는 윤영찬·이원욱·김상희·전혜숙 의원 등이 관련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성환 의장은 “초반에는 우리가 해당 법안을 발의하려고 살펴보고 있었고 관리하고 있었던 것도 맞다”며 “그런데 최근에 이와 관련해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 해당 판결 2심이 조만간 나는 모양이다. 이 추이를 좀 더 보면서 입법을 어떻게 할지 판단하려고 이번 중점 법안에서는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망사용료법 관련해서 여러 의견이 있는지라 그 의견도 정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제기돼 당장 반드시 이번 정기 국회 내에서 처리하자는 것에서는 빠진 것”이라며 “지금 여러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다. 그렇다고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망사용료법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하며 법안에 대해 직접적인 목소리를 낸지 한달여만에 태도가 바뀐 것이다. 정청래 과방위원장도 지난달 30일 “소수의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를 보호하려다 국내 콘텐츠제공업체(CP)의 ‘폭망’을 불러올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망사용료법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지속적으로 변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망사용료법 통과를 주장해온 바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의 망사용료 지급 등 국내 사업자와 역차별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또 지난 8월에는 민주당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중점적으로 처리할 22대 민생입법과제 중 하나로 망사용료법인 ‘글로벌콘텐츠사 무임승차 근절법(전기통신사업법)’을 선정한 바 있다.

최근 여야는 망사용료법과 관련된 2차 공청회 날짜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국회 과방위는 지난 17일 망사용료법 관련 2차 공청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정확한 개최 날짜는 결국 논의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넷플릭스는 지난 2020년 4월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 대가를 내야 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6월 열린 1심에서 패소했고 다시 항소를 제기했다. 오는 28일 7차 변론이 열릴 예정이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세계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망사용료법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이 훼손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세계 최대 게임 방송 플랫폼 ‘트위치’는 지난 9월 망사용료 부과 논란이 확산되자 서비스 비용 증가를 이유로 최대 해상도를 1080p에서 720p로 축소해 국내 사용자 차별 조치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