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경기도가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유족 지원 등을 위해 안산시에 지급한 ‘세월호 피해 지원비’의 일부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분석 세미나, 김일성 항일투쟁 홍보 등의 행사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안산시청 직원이 사업비를 받은 시민단체에 강의를 하고 돈을 받은 사례와 지원비로 자녀들과 대부도 여행을 다녀온 시민단체 관계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안산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유족들의 거주지인 안산시는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지난 2017년부터 6년간 총 110억원 규모의 피해 지원 사업비를 지급받았다.
사업비의 주목적은 ‘세월호 피해자 지원을 통해 희생 피해 지역의 공동체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었고 시는 사업비 일부를 ‘지역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명목으로 각종 시민·민간 단체에 지급했다.
안산시 사업비를 받은 ‘안산청년회’라는 시민단체는 지난 2018년 다른 단체들과 함께 ‘미래세대 치유회복 사업’이라는 사업명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 이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고 제주도 2박 3일 출장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산청년회는 같은 해 별도로 500만원의 사업비를 받았고 이는 지역 대학생이나 시민을 대상으로 ‘김일성 항일투쟁의 진실’ 영상 상영 등을 포함한 교육강좌를 여는 데 사용했다. ‘평양 갈래?’라는 문구 등이 담긴 현수막 25개를 안산 시내에 설치하는 비용으로도 썼다.
이 외에도 서 의원은 최근 2년간 민간보조 사업 현황을 살펴본 결과 2021년(4억7000만원)에는 30건 중 21건(2억7000만원), 2020년(7억4000만원)에는 36건 중 27건(4억6000만원)이 사업목적과 다르게 집행됐다고 지적했다.
한 예술단체는 ‘비빌언덕 찾기’라는 사업명으로 1100여만원을 받아 5명이 전주 한옥마을, 신안 염전, 제부도, 제주도 등에서 ‘현장 체험’을 하는 데 사용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하는 행복한 벚꽃 사이 마을 만들기’라는 사업명으로 1000만원을 타내 수영장이 있는 대부도 펜션에서 자녀들과 1박 2일 여행을 했다.
횡령 의혹이 포착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서 의원은 분석했다. 한 청년단체 관계자는 ‘행복한 공동체 탐구생활’ 사업명으로 1900만원을 받아 신문 제작 사업을 하면서 930여만원 상당의 인쇄·홍보 활동을 자신의 배우자에게 맡겼다. 안산시청 직원이 사업비를 받은 단체들에 여러 차례 사진·영상 제작 강의를 하고 총 1000만원에 가까운 사례비를 받은 경우도 확인됐다.
서 의원은 “세월호를 팔아서 민간(시민)단체가 착복한 이 사건은 반드시 사회정의 차원에서 감사 및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