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8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 시작부터 이태원 참사를 표현하는 용어를 놓고 격돌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관련 용어까지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더불어민주당의 발언이 지나치다고 반박한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는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사고'라는 표현은 쓰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로 제출한 자료에 적힌 '사고' 용어를 지적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이태원 참사 용어 논쟁'은 첫 의사진행 발언을 한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비서실이 현안보고로 올린 업무보고에 쓴 '이태원 사고 후속조치' 문구를 문제로 삼으면서 시작됐다. 김 의원은 "대통령실이 아직도 이태원 참사를 사고로 인식하고 있다"며 "(다른 보고서에도) 희생자가 아니라 사상자, 사망자로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분향소 명칭도 (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애도 기간 마지막 날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로 바꿨는데, 대통령실이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 큰일이며 (이는) 희생자에 대한 모독이고,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도 즉각 반박했다. 그는 "용어까지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멘탈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재명 대표도 지난 10월 30일 낸 입장 발표문을 보면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때'라고 했고 고민정 최고위원도 본인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고 했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이 대표가 '사고'라고 하면 진정성이 담긴 애도이고, 정부가 '사고'라고 하면 애도가 아닌가"라며 "용어까지 정쟁으로 사용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또한 "사건사고는 일반적인 법률 용어로 사용한다"며 "이번 (이태원 참사) 사건을 보고 슬퍼하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나. 그렇지만 '참사'라고 하면 슬퍼하고, '사건'이라고 하면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닌데 왜 논쟁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 아쉽고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그러자 김수흥 민주당 의원이 "표현은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가 이번 참사를 인식하는 자세의 문제"라고 되짚었다. 이어 "국민들이 이 사고를 엄청난 참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사고라는 표현보다 참사라는 표현을 통해서 (대책을 세워야) 하고, 인권위까지 '사고'를 '참사'로 표현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용어에 대한 공방이 계속 이어지자 주호영 운영위원장은 대통령실에 "참사냐, 사망이냐 관련해서 의견들이 많이 나왔는데, 입장을 정리해 오전 국감 전에 밝혀달라"고 전했다.

김대기 비서실장도 "(정부가) 처음에 사고, 사망자라고 표현한 것은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있는 법률적 용어를 중립적으로 쓴 것"이라며 "중대본 실무자들이 썼는데 지금 그 용어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그래서 저희도 (분향소에) 참사, 희생자라는 표현을 썼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김 비서실장은 "업무보고 자료는 세밀하게 살펴보지 못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호영 운영위원장도 여야 의원들을 향해 "사람이 사망한 것 중에 슬프지 않은 사망이 어디 있겠나"며 "앞으로 정부에서 공식 용어를 쓸 때는 어느 범위에서 어떤 표현을 할지에 관한 기준도 이번 기회에 정해야 할 것 같다"고 '이태원 참사 용어 논쟁'을 일단락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