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21일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가 낸 가처분 사건의 담당 재판부를 바꿔달라고 요청한 것을 거부했다. 앞서 이날 오전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상대로 낸 가처분 사건의 담당 재판부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제대로 담보하기 어렵다”며 재배당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뉴스1

국민의힘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이 대표가 낸 총 5건의 가처분 신청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를 제52민사부로 교체해달라고 요청했다.

남부지법은 제52민사부에 대해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8호에 따라 제51민사부 재판장이 관여할 수 없는 사건을 담당하는 예비재판부”라며 “이 사유가 있는 사건 외 다른 사건은 (제52민사부에) 배당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사실상 거부했다.

앞서 제51민사부의 황 판사는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 정지’ 등의 내용이 담긴 1·2차 가처분 사건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법원의 판결로 국민의힘 ‘주호영 비대위’는 출범 8일만에 좌초됐다. 법원은 이후 주 전 비대위원장의 직무 정지 결정에 반발해 당이 제기한 이의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국민의힘은 재판부가 정치의 영역까지 판단했다며 공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오는 28일 예정된 ‘정진석 비대위’ 관련 4·5차 가처분 사건까지 담당하다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당은 이날 오전 낸 공문에서 “서울남부지방법원 법관사무분담 상으로 신청합의부로 제51민사부 외에 제52민사부가 있음에도 이 전 대표 측의 가처분 사건을 제51민사부에만 배당하는 것은 공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5차 가처분 사건의 채무자 중 1인인 전주혜 비상대책위원은 제51민사부 재판장과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동기동창”이라고 덧붙였다.

전주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측은 “현 재판부(제51민사부)는 ‘절차적 위법 판단’에서 더 나아가 확립된 법리와 판례를 벗어나 ‘비상상황 해당성 및 비상대책위원회 설치의 필요성’이라는 정치의 영역까지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결정을 내린 재판부에서 다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은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제대로 담보하기 어렵다”며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6조를 근거로 들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각급 법원장은 재판부의 증설·폐지, 일부 재판부의 사무 과다 등의 사유가 있으면 재판부의 의견을 들어 확정된 법관 등의 사무분담을 변경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사유 중 5호(‘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한 때’)를 근거로 남부지법원장에게 재배당을 요청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재판부 재배당을 요청했다는 것에 대해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지연전술”이라고 주장했다. 당이 재판부를 새로 배정받아 오는 28일로 예정된 가처분 심문 기일을 늦추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당이 전주혜 비대위원과 재판장이 동창이란 점을 재배당 요청 이유 중 하나로 들자 “(그런 이유라면 재배당을) 신청해도 제가 신청해야지 본인들이 유리할까 봐 기피신청을 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이어 “대한민국 법조인 중에 서울대 출신이 얼마나 많은데 이게 받아들여지면 앞으로 대한민국 법정에서 얼마나 웃픈(웃기고 슬픈) 일들이 일어날지”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다른 페이스북 글에서 “이준석 잡기 할 시간에 물가와 환율을 잡았으면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낫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재판부 재배당 요청이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 관련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따른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 결과와 별개로 진행된 걸로 안다”고 했다.

이어 “같은 재판부가 (심리)하는 거에 대해서 변호인단의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신청됐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가 제기한 ‘정진석 비대위원장 직무집행 정지’ 등의 내용이 담긴 3~5차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은 오는 28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