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8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내 최다선(5선)인 정진석 국회 부의장을 새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회법에 따라 국회 부의장은 당직을 맡을 수 없다며, 둘 중 하나는 내려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부의장이 비대위원장을 겸직한 전례가 있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정 부의장은 독배라도 피하지 않겠다며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지만, 국회 부의장직 유지 여부는 당내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고 말했다.
오 원내대변인은 “국회 부의장직과 집권여당의 대표인 비대위원장직을 겸직한다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정당 간 이견이 발생했을 때 여당 대표가 의사 진행을 맡는다면 원만한 진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정 부의장은 부의장직 유지 여부에 대해 즉시 답해야 한다”고 했다.
조응천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본회의장 의사봉을 잡은 여당 대표’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지 않나 싶다”면서 “본회의장이 정쟁의 최일선이 된 지 오래인데, 특정 정당 대표가 진행을 맡는다면 양당의 말싸움이 수시로 격화해 질서 유지가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만한 본회의 진행을 위해 둘 중 하나는 내려놓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고 썼다.
국회법은 제20조(의장·부의장의 겸직 제한) 1항에서 “(국회)의장과 부의장은 특별히 법률로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원 외의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2항은 “다른 직을 겸한 의원이 의장이나 부의장으로 당선된 때에는 당선된 날에 그 직에서 해직된 것으로 본다”고 돼 있다.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새 비대위원장으로 정 부의장이 추인된 후 기자들과 만나 정 부의장이 비대위원장을 겸직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과거 국회부의장을 하면서도 비대위원장을 역임한 전례가 두 번 있다”며 정의화·박주선 전 국회 부의장의 사례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