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5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연찬회를 열었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 중앙윤리원회의 중징계와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 문자 공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이 전 대표가 ‘자동 해임’된 지 9일 만이다. 이날 연찬회에는 국민의힘 의원 전원과 장·차관, 외청장들이 ‘총집결’했다. 윤 대통령은 “당과 행정부가 합쳐진 것을 정부라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연찬회를 열었다. 참석한 의원들은 연수원에서 당이 준비한 특강 3개를 들었다. 연수원 식당에 마련된 만찬장에 의원들과 장관들은 오후 6시30분부터 입장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6시46분 만찬장에 도착했다. 검은색 정장에 국민의힘의 당색인 붉은색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은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했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보고는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빨리 만들어 주세요”라고 했고, 원 장관은 “잘 알겠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답했다.
먼저 이번 연찬회를 주최한 국민의힘의 권성동 원내대표가 발언을 한 뒤, 지역 특산품인 오미자 주스로 참석자들이 건배를 했다. 마이크를 넘겨 잡은 윤 대통령은 “을지연습이라서 술은 못하지만, 술 마신 거나 똑 같은 그런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가 다 회포도 좀 풀고 이렇게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당정은 하나’라고 강조했다. 먼저 지난 대선 과정을 떠올리며 “그 추운 날씨에 여러분과 함께 뛰었던 그 시간들이 생각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 각료들과 의원님들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당정 간에 일치된 협력을 위해 이 자리가 마련이 됐다. 참 감개무량하다”고 언급했다.
최근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이제 국제 상황 핑계나 전 정권에서 잘못한 것을 물려받았다는 핑계도 더이상은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당정이 하나가 돼서 오로지 국민, 오로지 민생만을 생각할 때 모든 어려운 문제들이 다 해소가 되고 우리 정부와 당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어떻게 보면 더 진작에 이루어졌어야 할 이 자리가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했다. 이어 “정기국회에서 국민들께 국민의힘과 정부가 유능한 정당과 정부라고 하는 것을 제대로 보여드리기 위해서 이렇게 단합의 자리를 만들었다”며 “당정 간에 튼튼한 이런 결속을 우리 전부 만들어 내자”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하여튼 뭐 정부라고 하는 것의 의미가 행정부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당과 행정부가 합쳐진 것을 정부라고 하는 것”이라며 “당정이 하나가 돼서 국민들을 위해 제대로 봉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여튼 화이팅입니다”라며 발언을 마쳤다.
윤 대통령에 앞서 발언 기회를 얻은 권성동 원내대표는 “정말 우리 모두 힘겹게 대통령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자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로부터 최악의 경제성적표를 물려받았습니다. 코로나 재확산, 자연재해까지 겹쳤다. 대외 요인이 금방 해소 기미 안 보인다”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민생 회복의 원팀이 돼야 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는 선거 때부터 당을 존중하겠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하셨다)”며 “이제 우리는 민생회복을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 대통령님을 중심으로 뭉쳐야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배제의로 “대한민국 대도약”이라고 외쳤다.
윤 대통령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오늘까지 을지훈련인데 바쁘신 중에도 윤 대통령께서 시간을 내서 국민의힘 연찬회를 격려해주기 위해 오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맛있는 음식이 많이 차려져 있는데 권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께서 하도 많이 드셔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 위원장은 “(정권) 초기가 제일 취약할 때인데, 저는 지금까지 잘 견뎌왔다고 생각한다”며 “더 팀워크를 강화하고 더 자주 만나면 지지율이 올라가고 성공한 정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연찬회에는 해외 출장 중인 인원을 제외한 101명의 의원이 참석해 사실상 전원이 모였다. 이들은 정장과 금배지 대신 붉은색 국민의힘 로고가 새겨진 흰색 티셔츠 차림으로 연수원에 총집결했다.
행사장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격려차 보낸 아이스 커피가 준비됐다.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이 보낸 콜라, 박상돈 천안시장이 보낸 호두과자 등도 있었다. 경제위기와 수해 상황 등을 고려해 술은 반입이 금지됐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의원도 눈길을 끌었다. 장 의원은 개회식 후 뒤늦게 연찬회에 참석했다. 장 의원의 등장에 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몇몇 의원들은 장 의원을 향해 “스타는 다르네”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수해 관련 실언으로 당 윤리위원회에서 징계 절차가 시작된 김성원 의원은 이날 연찬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날 수해복구 자원봉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참석 1시간 30분여만인 오후 8시 17분 자리를 떠났다. 박정하 당 수석대변인은 만찬 후 브리핑에서 “원래 대통령은 오후 8시에 이석할 예정이었는데 오후 7시58분부터 참석해있던 의원들과 일일이 기념 촬영을 했다”며 “주호영, 권성동, 안철수, 심지어 권은희 의원도 기쁜 마음으로 촬영하는 걸 옆에서 봤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사진 촬영을 마치고 자리를 떠나면서 “오늘 여러분 보니 가기 싫다. 털썩 주저앉아서 밤새 얘기하고 싶은데 오늘은 이만 가겠다. 유익하고 보람된 연찬회가 되길 바란다. 국민의힘 화이팅”이라고 했고 의원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윤석열 화이팅’이 터져 나왔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행사를 준비한 당 사무처 직원 및 주방 직원들과도 일일이 악수했다.
이날 연찬회에 대통령실에서는 이진복 정무수석과 이관섭 정책기획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안상훈 사회수석, 김태효 안보실 1차장, 김용현 경호처장, 홍지만 정무1비서관, 강인선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 16명과 장상윤 교육부 차관 등 차관 23명, 외청장 24명, 김태흠 충남지사·최민호 세종시장·이장우 대전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 3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