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대에 걸쳐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들이 체계적으로 제공돼야 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 지시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최근 며칠간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심심한 사과’ 논란과 관련해 발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안건으로 ‘디지털 인재 종합 양성 방안’이 상정된다고 언급한 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사이버보안 등 디지털 신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디지털 산업뿐 아니라 사회 전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디지털 인재를 충분히 양성하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며 “지식습득형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문제해결형의 창의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제도 역시 혁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한 뒤, “부처들이 협업해서 추진하고, 추진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달라”고 말했다.

트위터 캡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일어난 ‘심심한 사과’ 논란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서울 한 카페는 지난 20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성인웹툰 작가 사인회 예약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예약 과정 중 불편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린다”는 사과글을 올렸다.

그러자 트위터에는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너네 대응이 아주 재밌다” “심심한 사과 때문에 더 화난다. 꼭 ‘심심한’이라고 적어야 했나” “어느 회사가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를 주냐” 등 불만이 쏟아졌다.

이 카페가 사용한 ‘심심한 사과의 ‘심심(甚深)하다’은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한’을 뜻한다. 그런데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의 ‘심심하다’로 이해를 잘못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다른 네티즌들은 “실질 문맹률이 높다는 걸 체감했다. 맥락만 봐도 무슨 뜻인지 알겠다” “이제 곧 무료하다도 공짜로 알아 듣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흘을 4일로 알고, 금일을 금요일로 아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도 있었다. 2020년 8월엔 ‘사흘’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정부가 8월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15일~17일까지 연휴가 생겼는데, ‘사흘 연휴’라는 제목의 기사가 쏟아지자 “3일인데 왜 4흘이라고 하느냐”는 것이었다.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알아듣고 대학 교수에게 불만을 제기한 학생의 일화도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윤석열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 보도자료 캡처. /교육부 제공

교육부는 이날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 방안을 발표했다. 오석환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성인 디지털 문해 교육을 강화하고, 디지털 문제해결 센터를 통해 학생과 지역민에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나가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성인(만 16~65세)과 청소년(만 15세)의 디지털 역량(문해력)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