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을 앞둔 윤석열 정부가 연금·노동·교육 등 소위 ‘3대 개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러나 취임 후 국정 지지율이 30% 안팎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가뜩이나 사회적 격론이 예정된 장기 개혁과제들에 대한 실행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3대 개혁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20%대까지 떨어진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정상 궤도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면한 물가대란 등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국정운영을 집중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또 인적 쇄신 등을 통해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는 노력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尹 “3대 개혁과제 속도감 있게”→여론 수렴으로 속도 조절
4일 대통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경기도 과천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과천분원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 분임토의에서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 핵심 개혁과제는 국민이 우리 정부에게 명령한 사항”이라며 참석한 국무위원들에게 속도전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들 개혁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등 어려움이 있지만 원칙을 지키며 추진해 나가야 한다”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월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의 국회 데뷔전이었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3대 개혁을 바라보는 국가 통치자의 철학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3대 개혁 과제들은 각 부처 장관들을 중심으로 점차 시동이 걸리고 있지만, 잡음도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6월 주 52시간 개편안을 내놓았는데, 바로 다음 날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 번복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가 현재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아울러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초등 입학 연령 변경을 골자로 한 학제개편안도 사회적 반발이 심해지자 지난 2일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공론화’가 필요하다”며 브리핑을 통해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안 수석을 아울러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이번 정권에서는 국민연금 개편으로 한정해서 추진하고, 장기적인 구조개혁은 이번 정권에서는 연구를 시작하는 수준으로 한정하겠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전반적으로 여론을 수렴해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30% 안팎의 낮은 지지율...전문가들 “전반적인 쇄신이 우선”
이는 지난 5월 10일 정권 출범 후 최근 30% 안팎으로 떨어진 낮은 지지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반발이 심할 수 있는 장기 개혁과제를 급하게 풀어가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개혁 과제는 국회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현 여소야대 국에선 당정의 추진력이 여느때보다 중요한데 여당의 내홍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인 탓이다.
최근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 징계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3대 개혁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추진에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온도차가 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3대개혁은 국가적 과제임에도 역대 정부에서도 제대로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던 난제중의 난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 수반되는 이들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높은 지지율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라며 “그런데 윤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한 상태에서는 이들 개혁의 추진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치 전문가는 “연금 교육 노동 개혁은 기득권과의 심각한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인데 지금은 정권의 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라며 “일단은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전열정비를 해야 한다. 전반적인 쇄신을 통해 지지율을 어느 정도 끌어올려 위기를 수습한 이후에 이들 개혁에 대한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순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