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8일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처분을 결정했다. 이로써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제기한 의혹은 6개월 만에 여당 대표의 징계라는 초유의 국면을 맞게 됐다.

그러나 윤리위가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고, 이번 일의 배후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당은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7일 저녁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리위, 소명 수용 않아…이준석은 “성접대가 없는데 증거인멸 교사는 성립 안 해”

이양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은 전날(7일) 저녁 7시부터 윤리위 회의를 연 후, 이날 새벽 이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이 대표의 측근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게 ‘당원권 정지 2년’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징계 결정 사유에 대해 “윤리규칙 4조 1항에 따라 당원으로서 예의를 지키고 자리에 맞게 행동하여야 하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근거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을 통해 성 상납 의혹 사건 관련 증거 인멸에 나섰다는 의혹을 윤리위가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전날 2시간50분 간, 김 실장은 45분 간 윤리위에 출석해 소명했다. 그러나 윤리위는 소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실장은 지난 1월10일 대전에서 장모씨를 만나 ‘성상납이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았고, 같은 자리에서 장씨에게 7억원 상당의 투자유치 약속증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약속증서가 사실확인서의 대가라는 점은 부인했다. 이 위원장은 “김철근 당원의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7일 오후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심의·의결이 열리는 국회 대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또 이 대표는 “김 정무실장이 지난 1월 10일 대전에서 장씨를 만나 성상납과 관련한 사실확인서를 작성 받고 7억원 상당의 투자유치 약속증서를 작성해 준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소명했다. 그러나 윤리위는 “김철근이 본인의 일이 아님에도 7억원이라는 거액의 투자유치 약속증서의 작성을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믿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을 때 이준석 당원의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징계 심의 대상이 아닌 성 상납 의혹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점은 앞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JTBC에 출연해 자신의 의혹에 대해 “성접대 의혹을 인멸하기 위해 누군가를 교사했다는 의혹이다. 앞엣것(성접대)가 없으면 뒤엣것(증거인멸 교사)이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준석, 정면돌파 나설 가능성…윤핵관과 충돌 계속될 듯

당 윤리위가 이 대표 관련 의혹을 다루자, 배후에 윤핵관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대표도 지난 5일 MBC 라디오에서 ‘윤리위 뒤에 윤핵관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다만 윤리위가 이러고 있는 김에 ‘우리가 하자’라고 누가 판단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연관관계는 제가 전혀 파악하지 못 했지만, 까마귀가 날았는데 배가 떨어졌다”고 답했다.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징계를 받아들일지도 주목된다. 윤리위 배후로 윤핵관을 지목해온 그는 이날 징계 결정에도 ‘버티기’에 나서며 정면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리위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정면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는 전날 윤리위에 출석해 의혹을 소명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윤리위의 출석을 기다리는 사이에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어렵겠지만 한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을 보고 정말 제가 지난 몇 달 동안 뭘 해온 건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내 의원모임인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 포럼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다. 오른쪽부터 안철수 의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장제원 의원. /연합뉴스

JTBC는 이 대표의 성 접대 의혹을 폭로한 배경에 정치인이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음성 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음성 파일에는 이 대표에게 성 상납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2013년 이 대표를 만날 때 의전을 맡았다고 주장하는 인물인 장 씨가 지난 대선 직후 일련의 폭로 배경에 정치인 ‘윗선’이 있다고 언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이 대표 중징계 결정 효력의 발동시기나 그 형태, 그리고 징계 수위 자체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놓고도 당내 갈등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이 대표가 재심을 청구하면 어떻게 되느냐’ ‘경찰에서 무혐의 나오면 윤리위가 다시 입장을 내느냐’ ‘대표직 수행이 부적절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국회를 빠져나갔다.

◇이준석 당대표직 사퇴하더라도 親尹 내에서 혼란 여전

이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자진해서 사퇴하더라도, 당내 갈등이 정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대표의 궐위를 전제로 잔여 임기(내년 6월까지)만 맡는 당 대표를 뽑는 임시 전당대회를 할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이후 임기 2년의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정기 전당대회를 할지를 두고 당내 의견이 엇갈린다.

잔여 임기만 맡는 당대표는 차기 총선 공천권을 갖지 못한다. 당헌·당규를 고쳐 전임 대표의 잔여 임기가 아닌 2년짜리 지도부를 뽑는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전 원내대표와 안철수 의원,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각기 처한 상황에 따라 셈법이 모두 다르다. 새 지도 체제 구성 방안이 조기에 합의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