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한미일 협력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무역장벽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미일 간에는 특별히 문제되고 있는 무역장벽이 없다는 점에서, 일본이 2019년 실시한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문제는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때문에 불거졌다는 점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조력자였던 바이든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과 그 현안을 일반적으로 논의했고 일본 방문에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일이 경제, 군사적으로 매우 긴밀한 삼자관계를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무역장벽을 해결할 방법들이 있을 것이고 우리는 이 문제를 현재 매우 깊이 있게 들여다 보고 있다”며 “일부 무역장벽은 내 전임자 기간에 문제가 있었다. 이런 부분을 현재 잘 보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역장벽이 어떤 것을 가리키는 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임자 기간’이라는 발언으로 미루어, 도널드 전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재임 기간인 2019년 7월에 있었던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구성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국가들과 반도체 등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그런데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는 것은 IPEF의 취지에 반한다.
일본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한국에 수출규제를 실시한 이유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배경이다. 일본은 이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며,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위안부 문제도 한일관계 악화의 한 원인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파기했기 때문이다.
한일 위안부 협정은 한국과 일본 간 협정이었지만, 배경에 한미일 협력을 증진하기를 원하는 미국이 있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체결되자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정의로운 결과를 얻어낸 박 대통령의 용기와 비전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물밑에서 한국과 일본 정부를 중재한 미국 측 인사가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현 대통령이다. 한국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고 일본도 한일 위안부 합의 때 외무상이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이끌고 있는 만큼, 과거사 문제 해결과 한일관계 개선에 바이든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