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위해 열린 본회의에서 한 후보자 인준 전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먼저 의결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4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강행에 반발했던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한 바 있다. 김 의원이 대치 과정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석을 점거해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다.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인준해 원활하게 국정운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보다, 검수완박을 막아섰던 김 의원 징계가 더 급했던 셈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6시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먼저 심의하자는 의사일정 변경동의의건을 가결, 징계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김 의원에 대한 ‘출석정지 30일’ 징계안은 총 투표수 268표 중가 150표, 부 109표, 기권 9표로 가결됐다. 김 의원 징계안 회의 공개 안건도 재석 267명 중 찬성 261명, 반대 3명, 기권 3명으로 가결했다. 국회법 제155조에 따르면 의장석 또는 위원장석을 점거할 경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도 본회의 의결을 통해 징계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징계안 상정 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김기현 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는 법적으로도,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다수당의 횡포이자 명백한 폭력”이라며 “이는 곧 국회가 국회를 파괴하는 자폭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장과 거대정당 민주당은 소신 있는 소수당 국회의원이 다수 정당의 꼼수와 폭거에 맞선 행동을 무리한 법해석으로 옭아매고 있다”며 “최소한의 사실관계 조사절차도 없이 폄훼하고 겁박하고 보복하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법 155조 10호를 들어 “징계 요건부터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성준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법 제148조의2에서 ‘의원은 본회의장 의장석이나 위원회 회의장 위원장석을 점거해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있는 것을 들어 김 의원의 징계를 요구했지만 국회법 155조 10호를 보시면 위원장석을 점거하고 점거 해제를 위한 의장 또는 위원장의 조치에 따르지 아니하였을 때 징계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도 부당함을 호소했다. 김 의원은 본회의 신상발언을 신청해, ‘의회민주주의가 죽었다’는 뜻으로 검은색·넥타이·마스크를 쓴 채로 연단에 올랐다. 김 의원이 연단으로 올라가자 국민의힘 의석에서는 박수와 함께 ‘김기현’을 외치는 연호 소리가 터져나왔다.
김 의원은 “대학시절 군사정권 타도를 외치며 시위할 때 불렀던 노래가 있다”며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기 원한다’를 언급했다. 이어 “저 김기현, 지금까지 결코 비겁하게 살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며 “비굴하게 구걸하지 않는다. 본 의원은 저의 양심에 당당한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정말 국회의 명예와 권위를 실추시켰다 생각한다면, 낯부끄럽게 협박용 ‘출석정지 30일’이 아니라, 차라리 ‘제명’을 시켜주시라”고 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눈물을 이용해 호의호식한 윤미향 의원, 조국 아들 수호, 짤짤이 논란에도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최강욱 의원, 성범죄에도 꼼수 제명으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박완주 의원 등 국회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리다 못해 조각조각 박살 내버린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제명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 당연한 기본 아닌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