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테이블도 좀 어색한데, 저하고 같이하는 회의는 프리스타일로, 오늘 하루만 (카메라가) 찍는 것으로 하고 편하게 합시다. 각자 복장도 자유롭게 하고, 하고 싶은 얘기 좀 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5층 회의실에서 주재한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시작하면서 한 발언이다. 취임 이틀째부터 격식을 깨고, 자유롭게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효율을 높이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이 참모들과 회의하는데 무슨 요식 절차에 따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어색하단 말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여기(원고) 딱 보니까 써준 것에는 ‘첫 번째 수석비서관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무슨 법정 개정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지적했다. 이 말에 참석자들은 함께 웃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격식을 깨는 것과 동시에, 과거 정부처럼 공개발언을 한 뒤 비공개 회의에 들어가던 관행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의례적인 언급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준비한 원고가 적힌 A4 용지를 듥고 읽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등 과거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A4 용지에 적힌 준비된 원고를 읽으며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와 국무회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의중을 육성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였다.

예를 들어 2020년 12월 7일에는 수보회의에서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추-윤 갈등’)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너무 죄송한 마음”이라며 “지금의 혼란이 오래가지 않고, 민주주의와 개혁을 위한 마지막 진통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준비된 모두발언 원고의 상당 부분을 읽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카메라 찍을 일 없으니까 너무 점잖게는 하지 말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신 윤 대통령은 청와대와 달리 기자들과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용산 대통령실의 구조상 자연스럽게 카메라 앞에 서서 질문을 받으며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이나 해외 순방 중 기자회견 등 매우 제한된 경우에만 취재진과 질문을 주고받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원칙은 격식을 갖추기보다는, 참모진 및 기자들과 가능하면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기회를 늘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총무비서관실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