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테이블도 좀 어색한데, 저하고 같이하는 회의는 프리스타일로, 오늘 하루만 (카메라가) 찍는 것으로 하고 편하게 합시다. 각자 복장도 자유롭게 하고, 하고 싶은 얘기 좀 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5층 회의실에서 주재한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시작하면서 한 발언이다. 취임 이틀째부터 격식을 깨고, 자유롭게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효율을 높이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이 참모들과 회의하는데 무슨 요식 절차에 따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어색하단 말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여기(원고) 딱 보니까 써준 것에는 ‘첫 번째 수석비서관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무슨 법정 개정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지적했다. 이 말에 참석자들은 함께 웃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격식을 깨는 것과 동시에, 과거 정부처럼 공개발언을 한 뒤 비공개 회의에 들어가던 관행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의례적인 언급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 등 과거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A4 용지에 적힌 준비된 원고를 읽으며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와 국무회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의중을 육성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였다.
예를 들어 2020년 12월 7일에는 수보회의에서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추-윤 갈등’)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너무 죄송한 마음”이라며 “지금의 혼란이 오래가지 않고, 민주주의와 개혁을 위한 마지막 진통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했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준비된 모두발언 원고의 상당 부분을 읽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카메라 찍을 일 없으니까 너무 점잖게는 하지 말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신 윤 대통령은 청와대와 달리 기자들과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용산 대통령실의 구조상 자연스럽게 카메라 앞에 서서 질문을 받으며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이나 해외 순방 중 기자회견 등 매우 제한된 경우에만 취재진과 질문을 주고받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원칙은 격식을 갖추기보다는, 참모진 및 기자들과 가능하면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기회를 늘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