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5월 10일 정오를 기해 일반 시민들에게 무료로 공개된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전 11시에 시작되는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직후 개방하는 것이다. 이는 윤 당선인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겠다는 취지로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윤한홍 청와대이전태스크포스(TF) 팀장(왼쪽)과 김용현 부팀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개방 행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윤한홍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청와대이전태스크포스(TF) 팀장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윤 팀장은 “5월 10일 취임식이 끝나는 시간에 청와대의 문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며 “이로써 본관, 영빈관을 비롯해 최고의 정원으로 불리는 녹지원과 상춘재가 국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 본관과 대통령 관저 등 건물 내부와 경호처, 여민관 등 출입 통제 구역은 당장 개방되지 않는다.

주요 기록물, 통신 시설, 보안 문서 등을 정리한 뒤에 건물 내부도 전면 개방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개별 건물의 활용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관람객 입장은 정문, 춘추관, 영빈관 등에서 바코드 스캔을 통해 관리할 예정이며, 바코드 사용이 여의치 않은 경우 손목띠를 발급해 입장을 허용할 계획이다. 개방 시간은 5월 10일 하루만 오후 12시부터 8시까지, 이후로는 오전 7시에서 오후 7시까지로 정했다. 주말에도 개방한다. 추후 야간 개장도 검토하고 있다.

사전 신청자 중 당첨자만 방문이 가능하다. 안전사고 발생 우려 등을 고려해 하루 여섯 차례, 2시간마다 6500명씩 일일 관람 인원을 총 3만9000명으로 제한했다. 일단은 기존 청와대 부분 개방이 하루 1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26배 늘어난 셈이라고 TF는 설명했다. 인솔자 없이 자유 관람이 가능하도록 한 것도 기존 방식과의 차별점이다.

청와대 모습. /뉴스1

윤 팀장은 “개방 초기 관람 신청 서비스 제도를 운용하기로 했다. 한시적으로 입장 신청을 받아 운영할 계획”이라며 “입장 규모와 운영 방식은 국민 여러분의 관심도와 입장객 추이 등을 고려해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전 신청은 오는 27일 오전 10시부터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를 통해 가능하다. 관람 희망일로부터 8일 전에 신청하면 된다.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단체 관광은 별도 신청을 받기로 했다.

윤 팀장은 “5월 10일부터 22일까지 13일간 새 시대, 새 희망을 담은 다양한 문화 행사가 예정돼 있다”며 “같은 기간 청주 청남대, 세종 대통령 기록관, 합천 청와대 세트장 등 곳곳에서도 청와대 개방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5월 23일 이후에는 대통령실 소속 청와대 운영기획 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지속 가능한 관리 방안을 논의하기 전까지 관계 부처에서 임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윤 팀장은 설명했다.

청와대 뒤편의 북악산 등산로는 5월 10일 완전히 개방된다. 청와대 경내와 달리 등산로 출입에는 인원 제한이 없다. 윤 팀장은 “청와대 동편과 서편 어느 곳에서나 출발할 수 있는 등산로는 5월 10일부터 사전 신청 없이, 인원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 시대 500년과 대한민국 건국 이후 74년을 합해 600여 년간 닫혀 있던 권력의 상징, 그 공간이 국민 품으로 돌아간다”며 “새로운 역사적 순간에 함께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손민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