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를 교환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고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복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은 “남과 북이 정성을 쏟으면 얼마든지 남북관계가 발전될 수 있다”는 답장을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오전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친서를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일 먼저 친서를 보냈고, 김정은이 21일 답장을 보냈다. 청와대에 따르면 전날(21일) 저녁에 김정은의 회신이 왔다고 한다. 그 뒤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신속하게 보도했다. 다만 북한 주민들이 읽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친서 교환 내용이 실리지 않았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친서 교환을 통해 지난 5년간을 회고하면서 상호 신뢰와 대화 속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노력을 계속 기울여 나가고 있는 데 대해 공감했다”며 “남북의 동포들에게도 모두 따뜻한 인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친서에서 “대통령으로 마지막이 될 안부를 전한다”며 “아쉬운 순간들이 벅찬 기억과 함께 교차하지만, 그래도 김 위원장과 손잡고 한반도 운명을 바꿀 확실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가 희망했던 곳까지 이루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박 대변인은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하고, 북미 간의 대화도 조속히 재개되기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은 “대화의 진전은 다음 정부의 몫이 되었으며, 김 위원장이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를 간직하며 남북 협력에 임해달라”고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만들어낸 판문점 선언과 평양선언, 9·19 군사합의가 통일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며 “남북의 노력이 한반도 평화의 귀중한 동력으로 되살아날 것을 언제나 믿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지만, 언제 어디에서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마음을 함께 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오후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에 평양소주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은 답장으로 보낸 친서에서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했던 나날들이 감회 깊이 회고했다”며 “우리가 희망하였던 곳까지는 이루지 못했지만 남북관계의 이정표로 될 역사적인 선언들과 합의들을 내놓았고, 이는 지울 수 없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에 와서 보면 아쉬운 것들이 많지만 여직껏 기울여온 노력을 바탕으로 남과 북이 계속해 진함없이 정성을 쏟아 나간다면 얼마든지 남북관계가 민족의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이 변함없는 생각”이라고 했다.

또 김정은은 “임기 마지막까지 민족의 대의를 위해 마음 써온 문 대통령의 고뇌와 수고, 열정에 대하여 높이 평가하고 경의를 표한다”며 “문 대통령을 잊지 않고 퇴임 후에도 변함없이 존경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오전 정상회담 후 기념 식수를 하고있다. /조선DB

박 대변인은 “이번 친서교환은 깊은 신뢰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마지막 친서교환이 앞으로 남북 관계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친서에서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북 정상이 손잡고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사이의 협력을 위해 노력해온 것”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퇴임 후에도 남북공동선언들이 통일의 밑거름이 되도록 마음을 함께 할 의사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정은은 “북남수뇌(남북 정상)가 역사적인 공동선언들을 발표하고 온 민족에게 앞날에 대한 희망을 안겨준 것”을 회고하며 “임기 마지막까지 민족의 대의를 위해 마음 써 온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와 노고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입구 주변 위성 사진 분석. 이전에 없었던 새 구조물이 설치된 모습이 보인다. /ONN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ICBM 시험발사, 핵실험 징후에 대한 문 대통령의 구체적인 당부가 있었냐’는 질문에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한다’는 말에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또 ‘대화의 진전은 다음 정부의 몫이 되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정부가 북한과 잘 협의해서 (남북관계 개선을) 해나가면 좋겠다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곧 핵실험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관찰된 활동은 가까운 미래에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의 일환이라며 “북한의 메시지와 전략적 연출을 계속 분석하면서 필요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