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대해 “당장 중단하라”고 했다. 이날 전장연의 시위로 서울지하철 2호선과 3호선은 1시간쯤 지연 운행됐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장연이 오늘은 서울지하철 2호선·3호선을 멈춰 세웠다”며 “이런 식으로 2·3호선을 멈춰 세우고 시민들을 투쟁의 대상으로 삼는 양태는 용납할 수 없다. 당장 중단하라”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3일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와 TV토론을 벌였다. 이 대표는 “한 방송사에서 저와 2시간30분 동안 장애인 정책 토론을 했고, 인수위 차원에서도 장애인 관련 정책을 최근 발표했다”며 “그럼에도 다시 본인들의 주장만이 옳다고 하며 서울 시민의 출근을 볼모로 잡은 것은 비문명적 연좌를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인수위의 장애인 정책이 미흡하다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장애인 권리 예산 등에 대한 인수위의 답변을 기다리겠다며 시위를 잠정 중단한 지 22일 만이다.
전장연은 지난달 2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분과 위원들과 만나 ‘지하철 전 역사 엘리베이터 2개씩 설치’ ‘내년도 탈(脫)시설 자립 지원 시범예산 807억원 편성’, ‘활동 지원 예산 1조2000억원 증액’, ‘평생교육시설 예산 134억원 편성’ 등을 요구했다. 탈시설은 오히려 장애인과 그 가족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논란이 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가 끝내 공식적으로 답변을 주지 않았다”며 “이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5월 2일 인사청문회에서 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만약 추 후보자가 장애인 권리예산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한다고 약속한다면 그 약속을 믿고 입장 발표의 날까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겠다”면서 “만약 그 약속도 하지 않는다면 부득이 답변을 받을 때까지 지속해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매일 경복궁역에서 진행하게 될 것”이고 했다. 그러면서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매일 삭발투쟁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전 8시쯤 3호선 지하철에 올라탄 뒤 휠체어에서 내려 열차 바닥을 기는 ‘오체투지’ 행진을 진행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등 다른 활동가들도 휠체어에서 내려 오체투지에 동참했다. 같은 시간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도 전장연 활동가들이 휠체어에서 내린 뒤 줄지어 열차 바닥에 엎드려 행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 시위로 인해 경복궁역에는 상·하행선 열차가 수십분간 역을 떠나지 못했다. 출근길 열차 안의 시민들은 곳곳에서 “그만해라”, “몇 시간째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경찰은 전장연 활동가들을 향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했다며 3차례에 걸쳐 해산명령을 내렸지만, 활동가들은 “옥내집회는 집시법 대상이 아니다”, “당신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지하철 운행은 전장연이 경복궁역 대합실에서 삭발식을 준비하기 시작한 오전 8시50분쯤부터 정상화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