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근무하는 더불어민주당 보좌진들이 때 아닌 고용한파를 겪고 있다. 대선 패배로 청와대를 비워줘야 해서 의원실 보좌진들의 고용 연속성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정부·공공기관 등에 자리 잡았던 민주당 출신 어공(어쩌다 공무원을 줄임말, 보좌진 출신 별정직 공무원을 의미함)들이 국회 보좌진으로 복귀하고 있어서다.

국회 의석 172석을 차지하는 민주당 보좌진들은 때 아닌 일자리 대란에 적잖게 당혹해 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청와대와 공공기관 등에서 대우를 잘 받던 선배들이 정권을 빼앗겼다고 후배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국회의사당 전경. /News1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에 나가 있는 민주당 출신 어공은 100여 명 규모로 추산된다. 각 부처 장관 정책 보좌관, 공공기관 간부 등으로 자리잡은 민주당 출신들은 약 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정부 출범 후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이들의 절반 가까이만 국회로 돌아와도 현재 민주당 보좌진(1500명)의 3분의 1이 물갈이 되는 셈이다.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된다. 지방자치단체와 산하기관 등에 나가 있던 인원 중 일부가 국회로 복귀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 안팎에서 의원실에 근무하는 보좌진에게 의원들이 면직을 통보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민주당 A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한 보좌진은 17일 "이번에 운이 좋아 해고를 피했지만 옆 의원실에 친한 보좌진은 현재 짐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밖에도 몇몇 더 있지만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대답을 피했다.

민주당 B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한 보좌진은 최근 면직 통보를 받았다. 해당 보좌진은 "나는 운이 좋아서 갈 곳이 정해졌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나가게될 지인은 갈 곳을 구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C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보좌진은 지난달 면직된 뒤로 현재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쉬고 있다. 해당 보좌진은 "다른 의원실이나 몇몇 자리들을 알아봤지만 쉽지 않았다"며 "대학을 졸업하고 쭉 의원실에서만 일했기 때문에 아예 하는 업무가 다른 곳은 지원하기가 망설여진다"고 했다.

이 밖에서 '국회의원회관광장' 등 의원실 보좌진 근무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사이트 등에서는 기존에 근무하는 보좌진의 이름이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의원들에게 면직통보를 받아 그만뒀기 때문에 근무직원에서 이름이 삭제된 것이다. 국회 의원실에는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3명 등 총 9명의 보좌진을 채용할 수 있다.

국회 보좌진은 국가공무원법상 별정직 공무원으로 언제든 해고가 가능해 예전에는 당일 통보로 해고되는 경우도 흔했다. 이달부터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사정이 나아질 전망이다. 시행중인 개정안에 따르면 의원이 보좌직원을 면직하려면 면직일 30일 전까지 국회 사무총장에게 면직 요청서를 서면으로 제출해야 하고 사무총장은 요청서를 받는 즉시 보좌직원에게 면직 예고를 해야 한다.

현재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서 근무하고 있는 민주당 어공들은 의원실 보좌진들의 선배급들이 대부분이다. 의원 보좌관 경력을 발판 삼아 청와대 정부 부처 어공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일부 민주당 보좌진들은 "선배들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푸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5년 전 지금의 국민의힘이 정권 교체를 당했을 때와 비교하기도 한다. 과거 새누리당 출신 어공들은 정권 교체 이후에도 국회로 돌아오지 않고 민간에서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보좌진은 "국민의힘 보좌관 출신 어공들은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서 쌓은 업무 경험과 공무원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민간기업 대관 담당으로 취업을 하거나, 로펌 등에서 고액 연봉 받는 자리로 옮기기도 했다"면서 "청와대, 정부 근무 경험이 있으면 이런 자생력을 길러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총선 대패로 국민의힘 보좌진들의 대규모 실직 사태가 벌어지기는 했지만, 이 때도 상당수 고참급 보좌관들이 스타트업이나 핀테크 업체의 대관 담당으로 자리를 옮겨 보좌진끼리 일자리를 놓고 알력을 다퉈야 하는 상황을 그리 많지 않았다는 반응도 있다.

이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요직에서 일할 수 있지만 지면 일부가 짐을 싸야하는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며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기회를 찾아 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나 총선에서 승리한 지역으로 갈 기회를 노리거나 2024년 (대선까지) 기다려야 한다. 국회 근무의 특성상 일종의 순환근무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