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고민정, 김태년, 신현영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장애인 이동권을 체험한다는 취지로 지난 6일 ‘휠체어 출근 챌린지’를 벌여 화제가 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비판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행동이다. 이 챌린지를 제안한 척수장애인 최혜영 의원은 “오늘 하루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정책, 법안으로 실천해달라”고 호평했지만, 일각에서는 ‘장애인 이동권을 정치적으로 소비하는 쇼’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와 172석을 가진 민주당이 그동안 무엇을 하다가 이제야 의원들이 휠체어를 타냐는 비판도 나왔다.
‘휠체어 출근 챌린지’는 척수장애인인 최혜영 의원이 지난달 31일 의원총회에서 처음 제안했다. 이에 따라 고민정, 김주영, 김태년, 신현영, 유정주, 이동주, 이수진(비례), 이용빈, 전용기, 진성준 등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6일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활용해 출근하는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해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
진성준 의원은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 출근에 나섰다가 크게 다칠 뻔하기도 했다. 진 의원은 자택 인근 서울 지하철 9호선에 탑승하기 위해 지하철 역사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낮은 진입로에서 휠체어가 뒤로 넘어졌다. 진 의원이 바퀴를 손으로 굴리며 이동하다가 경사로 턱에 오른쪽 휠체어 바퀴가 걸려 휘청거리다 중심을 잡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고민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강변역에서 국회의사당역까지 휠체어로 출근을 했다. 겨우 딱 하루 휠체어를 몰았는데도 두 팔이 욱신거린다”며 “장애인의 이동권은 엘리베이터 설치가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몸소 느꼈다.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인식개선까지 안착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썼다.
그러나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5년간 무엇을 했길래 지금 와서 휠체어를 타냐는 비판이 나왔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권 5년, 오로지 일은 제끼고 쇼만 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숨결까지 알아먹는다는 고민정 의원이 마지막 쇼 내지 마무리 쇼를 오늘 했다”고 했다.
이어 “장애인 이동권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 휠체어로 국회 출근을 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문재인 정권이었지 않냐. 5년 동안 대체 뭘 했다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문재인 정권, 고민정은 청와대에 먼저 항의해야 국회의원 아니냐”며 “오늘도 고민하지 않는 고민정 의원은 세비를 이렇게 쓰며 쌩쇼에 올인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실정에 맞지 않는 휠체어를 탔다는 지적도 했다. 전 전 의원은 “요즘 장애인들은 전동휠체어를 대부분 타고 다닌다”며 “쇼를 위해서는 전동휠체어 대신 수동휠체어를 타야 하니, 그대들의 흑역사는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페이스북에서 “이런 정치, 나는 참으로 별로다”라며 “집권 여당 하는 5년 동안에는 대체 무엇을 하고, 이제 야당이 되니까 갑자기 이런 퍼포먼스를 한다”고 했다. 또 “지금이라도 자신들 의석수만 갖고도 관련 입법을 할 수 있음에도 보란 듯이 휠체어를 타고 길로 나선다. 대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그동안 소수 야당이었나”라며 “결국 이준석 보라는 얘기인데,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소비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전장연이 20년 넘게 통과를 요구해온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교통약자법)’은 지난해 12월 31일에서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시내버스·마을버스 등을 교체할 때 의무적으로 저상버스를 도입하게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저상버스는 휠체어 이용자, 고령자 등의 승·하차가 편리한 버스로 교통 약자에게 필수적인 교통 수단이다. 그렇지만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는 저상버스 도입 대상에서 여전히 제외된 상태다. 또 장애인 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 관련 예산 지원 조항 등은 의무가 아닌 ‘임의조항’으로 알려졌다. 휠체어와 함께 탑승할 수 있는 저상버스 도입률은 전국 기준으로 아직 30%에도 미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