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에 노무현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73) 전 총리가 지명됐다.

이명박 정부 재임기인 2012년 주미대사를 마지막으로 공직을 마친 뒤 10년만에 다시 국정운영의 전면으로 다시 나서게 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국무역협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미 총리를 지낸 인물이 또 다시 총리로 기용된 것은 고건 전 국무총리 이후 20년만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연합 정부를 구성했던 김종필 총리도 보수와 진보 정부를 오가며 총리직을 역임했다. 장면 전 총리는 이승만 정부에서만 두 차례, 백두진 전 총리는 이승만·박정희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다.

새정부 초대 총리후보로 지명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 당선인이 공직을 떠난 한 총리를 15년 만에 다시 기용하기로 한 것은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과 경륜을 높이 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엄중한 위기 상황에 놓은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를 아우르며 통할하고, 거대야당이 될 민주당과의 협치를 위한 인선을 고민했다는 것이다. 한 후보자가 호남 출신 인사라는 점도 고려됐다는 것이다.

정통 엘리트 관료 출신인 한 후보자는 40여 년간 4개 정부에서 고위 공직에 몸담았다. 진보 정권인 노무현 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한 데 이어,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에서도 주미대사를 지낸 이력을 갖췄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수석 졸업한 뒤 1970년 제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세청 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옛 경제기획원(EPB·현 기획재정부)으로 옮겨갔다.

1982년 부처 간 교류 때 옛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미주통상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산업정책과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미국 하버드대로 유학을 떠나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학구파’로, 영어 실력이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김영삼 정부에서 특허청장, 통상산업부 차관을 지냈고,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에 취임한 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했다.

2002년 7월 ‘한중 마늘협상’ 파동으로 잠시 공직생활을 접기도 했으나, 노무현 정부 제2대 국무조정실장으로 컴백해 고건·이해찬 총리를 잇달아 보좌했다. 이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뒤 참여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맡는 등 승승장구했다. 특히 부총리 재임기인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는 데 역량을 발휘했고, 이후 대통령 직속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 겸 한미 FTA 특보를 맡아 한미 FTA 막판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 한미 FTA 협상을 성공적으로 주도한 공을 인정받아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에서도 주미 대사로 발탁됐고 3년간 재임했다.

그는 한미 FTA 비준 과정에서 미국의 각 지방정부와 의회를 순회하며 한미FTA 비준 설득에 공을 세워 ‘한미 FTA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 초 한미 FTA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던 상황에서 미국 내 여론을 돌리고 미 행정부와 의회를 설득하는 ‘임무’를 맡았고, 2011년에 한미 FTA가 미 의회에서 비준되는 데 역할을 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12년에 한국무역협회장으로 취임해 3년간 일했다. 당시 그가 자주 쓰던 말이 ‘우문현답’으로,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의미였다. 2015년 한국무역협회장을 그만둔 뒤로는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청주세계무예마스터집 공동조직위원장, 지속가능전력정책연합 초대 의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첫해였던 2017년 대법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이었다. 작년부터 최근까지 에쓰오일 사외이사를 지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료 출신으로 ‘무색무취’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정책의 일관성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총리 취임 당시 자신을 “변화를 지향하는 합리적인 시장주의자”로 규정, “나는 O형 국가의 O형 관료”라며 “O형 국가는 경제주체들이 활동하고 정부는 이를 뒤에서 받쳐주는 ‘촉진자(facilitator)’ 역할을 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부인은 서양화가 출신의 최아영(74) 씨이고, 슬하에 자녀는 없다.

▲ 전북 전주 (73) ▲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과장 ▲ 상공부 미주통상과장 ▲ 통상산업부 차관 ▲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 주OECD 대사 ▲ 대통령 정책기획·경제수석비서관 ▲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 ▲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 한미 FTA체결지원위원회위원장 겸 대통령 특보 ▲ 국무총리 ▲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 주미대사 ▲ 한국무역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