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하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대해 청와대가 ‘안보 공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지만, 윤 당선인 측은 ‘용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청와대와 협의가 잘 돼 예비비가 승인되면 국방부를 옆 합동참모본부 건물로 이전하고 국방부 청사에 대통령 집무실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공간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을 추진 중인 가운데 22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의 모습. /연합뉴스

인수위 산하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는 설계업체와 함께 국방부 청사 건물 실측을 진행하며 공간 구성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업체 선정이 정식으로 이루어 진 것은 아니고, ‘사전 준비’ 작업의 일환이라는 게 TF 측 설명이다. 공식 입찰은 예산이 마련되면 조달청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TF는 국방부가 옆 합참 청사로 이사를 완료하는 데 최소 20일, 국방부 청사 건물과 한남동 임시공관 리모델링에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해 이 기간을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TF 팀장인 윤한홍 의원은 전날 JTBC 인터뷰에서 ‘용산 시대’ 출범 시점에 대해 “현 정부가 소요 예산에 대해 협조를 안 해주고 있어 조금 늦어질 수 있다”며 “그래도 실무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지금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산과 관계없이 사전에 실무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면 빠르면 한 달, 늦어도 한 달 보름 정도면 (이전을) 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F는 늦어도 6월 전에는 새 집무실로 출근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탑승한 차량 행렬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들어서고 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 구상에 제동을 건 것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계속 협조를 거부한다면 정부 출범 직후 통의동에서 집무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오는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면 예비비 승인에 물꼬가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작업을 서둘러 취임 당일 ‘용산 시대’ 개막 구상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5월 10일에 윤 당선인이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집무실 이전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윤 당선인 측은 현재 인수위원회 사무실로 쓰고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TF는 ‘통의동 집무실’에 대한 대책도 마련 중이다. ‘경호 불안’ 우려에 대해서는 ‘이동식 방탄유리’를 경호 대책으로 준비 중이다. 임기가 시작되면 윤 당선인 주변 자리에 이동이 가능한 방탄유리를 가림막처럼 설치하는 방안이다. 용산으로 가기 전까지 단기간 사용하는 통의동 건물에 방탄유리를 두르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한 방법이다.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정권 교체기에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을 놓고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용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청와대는 촉박한 시일 등을 이유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놨다. 사진은 22일 청와대와 윤석열 당선인의 집무실이 있는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아래) 모습. /뉴스1

‘안보 공백’ 우려는 ‘청와대 벙커’인 국가위기관리센터 대신 이동용 지휘소인 ‘국가지도통신차량’등을 이용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을 소집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이 차량은 미니버스 크기로, 화상회의시스템, 재난안전통신망, 국가비상지휘망 등을 갖췄다. 이미 대통령 경호처가 구비하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대통령 경호 방법도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TF 관계자는 “과학화 시스템으로 대통령 주변 인력은 줄이면서 경호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0.001%의 유해 요인 때문에 국민들 접근을 온전히 차단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가까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