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러시아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을 차단하기로 했다. 또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하는 제재에도 동참한다.

지난 25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한 시민이 연방총리청 밖에서 '러시아 스위프트 금지'라고 적한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외교부는 28일 “우리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을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경제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 노력에 적극 동참해가기로 한 바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정부는 수출통제와 관련한 이날 결정사항에 대해 미 측에 외교 채널로 통보했다.

먼저 정부는 수출통제 허가 심사를 강화해 대러 전략물자 수출을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러시아에 대해 이른바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서 정한 전략물자 품목의 수출을 사실상 불승인하는 방식으로 향후 전략물자 수출 심사 제도를 운영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4대 다자 수출통제체제는 핵물질과 관련한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재래식무기 관련 바세나르체제, 생화학무기 관련 호주그룹(AG), 미사일기술 관련 미사일기술통제체제 등이다. 정의용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4대 다자수출체제의 일원으로서 러시아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통제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비전략물자이지만 미국이 독자적 수출통제 품목으로 정한 반도체·정보통신·센서·레이저·해양·항공우주 등 57개 품목에 대해서는 관계부처들이 조치 가능한 사항을 검토해 조속히 확정할 예정이라고 외교부는 밝혔다.

미국은 전략품목이 아닌 역외통제(FDPR·해외직접제품규칙) 규정을 적용했는데, 국내 기업들이 직접적 대상이 될 수 있다. FDPR이 적용된다는 것은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면 미국 허가를 받아야 러시아 수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전문무역상사 등과의 긴급 간담회에서 FDPR 적용 예외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단 이를 위해서는 이들 품목에 대해 한국이 스스로 미국과 같은 수준의 수출통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러시아 은행을 SWIFT에서 배제하는 결정이 이뤄지자, 지난 27일(현지 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사람들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찾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또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SWIFT 배제에도 동참하기로 했다. 구체 방안에 대해서는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주요7국(G7) 정상들은 지난 27일(현지 시각) “서방 동맹국들은 일부 러시아 은행을 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SWIFT는 금융 거래를 위한 글로벌 메시지 시스템이다. 200여개 국가의 1만1000개 은행을 연결해 빠른 국경 간 결제를 가능하게 한다. SWIFT에서 배제된 금융기관은 국제 결제가 매우 어려워진다. 개인이 해외로 송금할 때에도 SWIFT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국제 금융 거래가 전면적으로 막히는 셈이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6430억달러(약 775조원)로 세계 5위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은행이 SWIFT에서 퇴출되면 러시아 외환보유액의 절반이 동결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 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전략 비축유 추가 방출을 추진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유럽 재판매 등 여타 방안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해 가기로 하였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도 국제사회와 공조 속에서 더 증가시키기로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차원에서 군복과 장구류 등 물품을 지원하고, 우크라이나와 양자 차원에서는 올해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