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는 28일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을 밝혔다. 그는 “(수교 이후) 30년 동안 러시아와 한국 간의 관계는 긍정적으로만 발전해왔는데 협력의 수준이 올라가는 추세가 이제 방향을 바꿀 것 같다”고 했다.
쿨릭 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주한러시아대사관에서 연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이런 제재에 동참하는 것이 물론 기쁜 소식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신북방정책 덕분에 양자관계가 잘 발전해 왔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상태가 유감스럽다”라고 했다.
쿨릭 대사는 한국의 국익을 생각하면 대러 제재에 동참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관계를 염두에 둔 듯 “제재를 하도록 하는 유일한 요소가 있다면 대한민국이 지금 받고 있는 강력한 외부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이런 압력에 항복해서 제재에 동참했다면 우리의 양자관계가 발전하는 추세가 바뀔 것”이라고 다시 말했다.
그는 가스·철도·전기 등의 분야에서 추진돼온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을 거론하며 “러시아에 가해진 경제제재는 이 프로젝트 추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이어 “남북러 협력 프로젝트는 사실 핵 문제 해결,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와 안보, 번영확립 등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한국이 정말 이 모든 것을 필요로 할까에 대해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쿨릭 대사는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국제사회의 대러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에 대해 “러시아와 양자관계에 상당한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서방국들이 지금 하고 있는 불법 행동에 동참하는 것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장에 따른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기존 러시아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미국과 나토는 나토의 비확장을 추구할 러시아의 권리를 부정하고 있다. 동맹을 맺을 자유를 최우선순위에 놓고 다른 국가의 안보를 침해하지 않아야 하는 조건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