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금 횡령 의혹을 받아온 김원웅 광복회장이 16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2019년 6월 취임 후 2년 8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이다.

국가보훈처 감사 결과 김 회장이 수익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되 경찰에 김 회장 등 관련자를 수사 의뢰하고, 광복회 내에서도 김 회장 퇴임을 요구하며 점거농성 및 해임 임시총회를 추진하는 등 전방위적 압박에 결국 손을 든 모양새다. 김 회장은 그러나 이날 사의를 밝히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책임을 ‘관리 감독’ 수준으로 선을 그었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2021년 8월 15일 오전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사전에 녹화된 기념사를 하고 있다. /KTV 캡처

김 회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과 광복회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사람을 볼 줄 몰랐고 감독 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사태에 대하여 부끄럽고 민망하다.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과 광복회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앞서 보훈처는 지난 10일 국가유공자 자녀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며 국회에서 카페(헤리티지 815)를 운영해온 김 회장이 수익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김 회장 등 관련자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보훈처가 국회 정무위에 보고한 감사 개요 설명 자료에 따르면 김 회장은 국회 카페 수익금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이용해 가정집으로 위장한 아파트 단지 내 무허가 마사지 업소를 여섯 차례 드나든 것으로 드러났다. 한 차례 전신 마사지를 받는 데 10만 원씩, 총 60만 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김 회장이 설립한 협동조합인 허준약초학교에도 공사비 1486만 원을 비롯, 묘목 및 화초 구입(300만 원), 파라솔 설치대금(300만 원), 안중근 권총(모형·220만 원), 강사비·인부대금(80만 원) 등 총 2380여 만 원이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 수익금으로 조성한 비자금(6100만 원)의 40%가 김 회장의 개인 용도나 관련 사업 자금으로 사용된 것이다.

한편 광복회개혁모임·광복회정상화추진본부·광복회재건비상대책모임 등 김 회장 반대 광복회 3개 단체 회원들은 지난 14일 ‘김원웅퇴치 집행본부’를 결성, 김 회장이 물러날 것을 요구하며 16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무기한 점거농성에 돌입하기로 했다.

또 광복회개혁모임 등 김 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회원들은 김 회장의 해임 안건 상정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을 지난 9일 요청했고, 광복회는 오는 18일 오전 11시 광복회관에서 ‘광복회장 불신임안’ 투표를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하기로 한 바 있다. 임시총회에서 전체 대의원(61명)의 3분의 2 이상인 41명이 해임에 찬성하면 김 회장 해임안은 가결된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국회 경내에서 운영되는 카페 '헤리티지 815'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국가보훈처가 지난달 26일 공지를 통해 횡령 의혹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카페는 수익금 전액을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에 쓰는 조건으로 국회 사무처로부터 2020년 5월부터 3년 간 임대료를 내지 않고 운영되는 곳이다. 사진은 국회에서 영업 중인 카페 '헤리티지 815' 모습. 2022.1.26/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