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우리 정부를 대표해 다음 달 개최되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참석한다. 미국 등 서방 일부 국가가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린 일종의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정부 대표단과 별도로 박병석 국회의장도 중국을 방문한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2 국가대표선수단 훈련개시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체부는 25일 황 장관이 2월 3일 중국으로 출국해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등 정부 대표단 대표로서 공식 일정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황 장관은 올림픽 경기를 관전하고 우리 선수단을 격려하며, 우리 선수단이 안전하게 대회를 치르도록 현장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직전 동계올림픽 개최국의 역할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의의 ▲그간 올림픽 참석 관례와 한중 관계 ▲코로나19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대표단을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 동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2020 도쿄하계올림픽의 뒤를 잇는 동북아 연속 올림픽으로서 세계 평화와 번영, 남북관계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청와대와 정부는 문 대통령의 베이징동계올림픽 불참이 결정된 후 고심 끝에 황 장관에게 대표단을 맡기기로 했다. 중국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부총리급을 파견했기 때문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파견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체육 주무부처 수장인 황 장관이 대표단을 이끄는 것으로 결정됐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17일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인부들이 올림픽 마스코트인 쉐룽룽(왼쪽)과 빙둔둔(오른쪽) 조형물을 세우고 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은 내달 4일 개막해 20일까지 열린다. /연합뉴스

정부 대표단과 별도로 박병석 국회의장은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초청으로 2월 3~6일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한국 선수단도 격려한다. 박 의장은 중국과 수교 30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이번 방중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하는 오찬에도 참석하며 동포들과 간담회도 열 예정이다. 박 의장 참석은 중국 측에 ‘성의’를 보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코로나19를 이유로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으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이 없어졌다. 또 미국이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고,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이 동참하면서 한국도 영향을 받는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