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우리 정부를 대표해 다음 달 개최되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참석한다. 미국 등 서방 일부 국가가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린 일종의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정부 대표단과 별도로 박병석 국회의장도 중국을 방문한다.
문체부는 25일 황 장관이 2월 3일 중국으로 출국해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등 정부 대표단 대표로서 공식 일정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황 장관은 올림픽 경기를 관전하고 우리 선수단을 격려하며, 우리 선수단이 안전하게 대회를 치르도록 현장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직전 동계올림픽 개최국의 역할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의의 ▲그간 올림픽 참석 관례와 한중 관계 ▲코로나19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대표단을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 동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2020 도쿄하계올림픽의 뒤를 잇는 동북아 연속 올림픽으로서 세계 평화와 번영, 남북관계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청와대와 정부는 문 대통령의 베이징동계올림픽 불참이 결정된 후 고심 끝에 황 장관에게 대표단을 맡기기로 했다. 중국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부총리급을 파견했기 때문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파견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체육 주무부처 수장인 황 장관이 대표단을 이끄는 것으로 결정됐다.
정부 대표단과 별도로 박병석 국회의장은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초청으로 2월 3~6일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한국 선수단도 격려한다. 박 의장은 중국과 수교 30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이번 방중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하는 오찬에도 참석하며 동포들과 간담회도 열 예정이다. 박 의장 참석은 중국 측에 ‘성의’를 보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코로나19를 이유로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으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이 없어졌다. 또 미국이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고,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이 동참하면서 한국도 영향을 받는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