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각)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공식 회담에서 사우디 원전 시장 진출과 수소 협력, 무기 수출과 관련해 논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공식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수도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빈 살만 왕세자에게 “한국의 원전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갖고 있다”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을 상업운전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가 있으며, 사우디 원전 산업의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다만 원전과 관련해 새로운 계약 소식 등은 전해지지 않았다. 앞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5일 사우디 현지에서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과 회담을 하고 사우디의 대형 원전 수주를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전했다.

수소 협력 의지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이 수소에너지 분야의 강점과 노하우를 공유해 사우디의 ‘넷 제로’(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가 206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만큼 앞으로 한국이 관련 분야에서 다양한 선진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국가 에너지원을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포함하는 사우디의 ‘비전 2030′ 이행에 많은 한국 기업의 참여를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왕세자가 주도하는 스마트시티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에 더 많은 한국 기업의 참여를 기대하며, 사우디 투자자들의 한국 내 투자가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사우디 서부에 건설 중인 ‘네옴시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는 전통적 에너지뿐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희토류 등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린수수와 블루수소를 다량 생산하는 만큼 한국기업과 수소 분야 협력이 강화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방산 분야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양국의 국방협력이 비약적으로 확대돼 기쁘다”며 “현재 한국의 우수한 방산 물자 도입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는 데 좋은 결실이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무기 체계의 단순 수출을 넘어, 기술 이전을 통한 사우디 내 현지 생산이 가능하게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방산과 국방 분야에서 기술 공유를 비롯한 협력이 중요하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방산기술 자국화를 목표로 한다”며 “한국은 무기 국산화 경험이 있는 만큼 좋은 파트너”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사우디 스마트 혁신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각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총 11건의 문건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양국 교육부 간 교육협력프로그램 문건과 우리 기업과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간 자원 관련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기본여신약정 주요조건합의서 등이 포함됐다.

양국은 수소공급망 협력 양해각서 등으로 수소 분야 협력을 늘리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사우디 산업투자공사와 선박기자재 등을 생산하는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인공지능(AI) 주치의’로 알려진 ‘닥터앤서’ 수출 구매의향서도 체결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20년 11월 인공지능 관련 행사에서 “태어난 지 세 돌이 되도록 고개도 못 들던 발달지연 아기가 정밀진단 인공지능 ‘닥터앤서’의 진단과 처방으로 한 달 만에 고개를 들고 기어 다니게 됐다”며 성과를 언급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후 문 대통령과 공식수행원은 빈 살만 왕세자가 야마마 궁에서 주최한 공식 오찬에 참석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에서 한국 드라마와 K-팝의 인기가 높고, 한국 문화를 즐기면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한국과 사우디가 가족을 중요하게 여기고, 관계와 우애를 중시하는 등 유사점이 많아 사우디인들이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