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현역 의원이 신세계백화점·이마트·스타벅스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고 공개 선언하는 첫 사례가 10일 나왔다. 현재 국무총리 사회특보를 맡고 있는 교수도 동참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멸공’ 해시태그를 비난하면서 촉발된 논란 때문에 신세계그룹 영업이 실제로 타격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조속 입법 탄원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후보 선대위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서 현재 국무총리 사회특보를 맡고 있는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글을 공유했다. 김 교수는 이 글에서 “당분간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이마트는 안 갈까 한다 “인류학자 제임스 스콧이 말한 약자들의 무기가 태업이라면, 지금 소비자로서의 그 권리를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일부 여권 지지자들이 벌이고 있는 신세계그룹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이유에 대해 “제가 동의하지 않는 것은 낡고 철 지난 색깔론”이라고 했다. 정 부회장의 ‘멸공’ 구호가 ‘철 지난 색깔론’이라는 주장이다. 진 의원은 이 글을 공유하고, “교수님의 결심을 응원한다”며 “저도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에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2020년 7월 2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10차 목요대화를 앞두고 정세균 총리와 내빈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호기 연세대 교수, 정 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조선DB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10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에 항의하며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불매를 선언했다. 그러자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참하겠다고 했다. /페이스북 캡처

김용민(경기 남양주병) 최고위원도 ‘스타벅스 불매’에 동참했다. 그는 11일오전 페이스북에 “커피는 동네 커피가 최고다”라며 지역구에 있는 한 카페 앞에 커피를 들고 서 있는 사진을 올렸다. ‘#작별’이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스타벅스를 앞으로 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인스타그램에서 ‘#멸공’이란 해시태그를 사용한 글을 써 왔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이 지난 7일 정 부회장을 비난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그는 트위터에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썼다.

그러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하루 뒤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콩 등을 사고, 인스타그램에 ‘#달걀’ ‘#파’ ‘#멸치’ ‘#콩’ 등의 해시태그를 넣은 글을 썼다. 멸공과 발음이 비슷한 ‘멸·콩’은 정 부회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정 부회장은 대게를 먹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다음엔 멸치와 콩으로 맛나는 요리를 구상해 봐야겠다”고 했다.

페이스북 캡처

이 일로 정 부회장의 ‘멸공’과 윤 후보의 ‘멸·콩’이 논란이 됐고,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신세계그룹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9년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당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썼던 포스터에 ‘보이콧 정용진’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 ‘용진아, 너 때문에 안 간다. 그런 줄 알어’라는 문구 밑에 스타벅스와 이마트, 노브랜드 로고가 적힌 포스터도 등장했다.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타벅스가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계열사여서, 스타벅스만 집중적으로 불매운동을 하면 된다는 분석글도 올라왔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지지자로 알려진 옛 ‘나꼼수’ 출신 방송인 김용민씨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정용진이 소비자를 우습게 여기다 못해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는데, 그의 매장에는 갈 수 없는 노릇”이라며 “이마트, 스타벅스, 노브랜드, 신세계는 온·오프라인 모두 발길 끊는다”고 했다.

현근택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도 트위터에 “앞으로 스타벅스 커피는 마시지 않겠다”고 썼다. 현 대변인은 “이마트, 신세계, 스타벅스에 가지 맙시다”라는 트윗을 공유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의 ‘멸공’에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조국의 돌머리에서 시작된 해석학적 참사가 정치적 소동으로 번지는 것을 보면, 이 나라의 정치가 인간들을 번데기 IQ로 만든다는 생각이(든다)”며 “적당히들 좀 하라”고 했다. 이어 “‘멸공’이란 단어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 낱말을 사용할 타인의 권리를 빼앗아도 되는가? 이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한 개인이 농담 한 마디 한 것을 확대 해석해 억지 명분을 만들어 상대를 공격하는 1980년대 운동권 수작”이라고 썼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논란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글이 게시됐다. /인터넷 캡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멸공'에 반발한 친여 성향 네티즌들이 스타벅스와 이마트, 노브랜드를 불매하자며 만든 포스터. /인터넷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