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현역 의원이 신세계백화점·이마트·스타벅스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고 공개 선언하는 첫 사례가 10일 나왔다. 현재 국무총리 사회특보를 맡고 있는 교수도 동참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멸공’ 해시태그를 비난하면서 촉발된 논란 때문에 신세계그룹 영업이 실제로 타격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선대위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서 현재 국무총리 사회특보를 맡고 있는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글을 공유했다. 김 교수는 이 글에서 “당분간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이마트는 안 갈까 한다 “인류학자 제임스 스콧이 말한 약자들의 무기가 태업이라면, 지금 소비자로서의 그 권리를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일부 여권 지지자들이 벌이고 있는 신세계그룹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이유에 대해 “제가 동의하지 않는 것은 낡고 철 지난 색깔론”이라고 했다. 정 부회장의 ‘멸공’ 구호가 ‘철 지난 색깔론’이라는 주장이다. 진 의원은 이 글을 공유하고, “교수님의 결심을 응원한다”며 “저도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에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김용민(경기 남양주병) 최고위원도 ‘스타벅스 불매’에 동참했다. 그는 11일오전 페이스북에 “커피는 동네 커피가 최고다”라며 지역구에 있는 한 카페 앞에 커피를 들고 서 있는 사진을 올렸다. ‘#작별’이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스타벅스를 앞으로 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인스타그램에서 ‘#멸공’이란 해시태그를 사용한 글을 써 왔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이 지난 7일 정 부회장을 비난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그는 트위터에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썼다.
그러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하루 뒤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콩 등을 사고, 인스타그램에 ‘#달걀’ ‘#파’ ‘#멸치’ ‘#콩’ 등의 해시태그를 넣은 글을 썼다. 멸공과 발음이 비슷한 ‘멸·콩’은 정 부회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정 부회장은 대게를 먹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다음엔 멸치와 콩으로 맛나는 요리를 구상해 봐야겠다”고 했다.
이 일로 정 부회장의 ‘멸공’과 윤 후보의 ‘멸·콩’이 논란이 됐고,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신세계그룹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9년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당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썼던 포스터에 ‘보이콧 정용진’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 ‘용진아, 너 때문에 안 간다. 그런 줄 알어’라는 문구 밑에 스타벅스와 이마트, 노브랜드 로고가 적힌 포스터도 등장했다.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타벅스가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계열사여서, 스타벅스만 집중적으로 불매운동을 하면 된다는 분석글도 올라왔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지지자로 알려진 옛 ‘나꼼수’ 출신 방송인 김용민씨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정용진이 소비자를 우습게 여기다 못해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는데, 그의 매장에는 갈 수 없는 노릇”이라며 “이마트, 스타벅스, 노브랜드, 신세계는 온·오프라인 모두 발길 끊는다”고 했다.
현근택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도 트위터에 “앞으로 스타벅스 커피는 마시지 않겠다”고 썼다. 현 대변인은 “이마트, 신세계, 스타벅스에 가지 맙시다”라는 트윗을 공유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의 ‘멸공’에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조국의 돌머리에서 시작된 해석학적 참사가 정치적 소동으로 번지는 것을 보면, 이 나라의 정치가 인간들을 번데기 IQ로 만든다는 생각이(든다)”며 “적당히들 좀 하라”고 했다. 이어 “‘멸공’이란 단어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 낱말을 사용할 타인의 권리를 빼앗아도 되는가? 이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한 개인이 농담 한 마디 한 것을 확대 해석해 억지 명분을 만들어 상대를 공격하는 1980년대 운동권 수작”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