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를 100일 앞두고 여야가 선거대책위원회를 전면 개편하며 심기일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쇄신'을 다짐하며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모든 권한을 일임했다. 주요 당직자 및 선대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사퇴 의사를 밝히며 '이재명 친정체제'가 빠르게 구축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당초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선대위 3김(金) 삼각축' 진용을 꾸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과 선대위 구성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일단 '총괄 지휘자' 자리를 비워둔 채 개문발차했다.
◇'7인회' 전면 나서나…與 '이재명 친정체제' 가시화
민주당은 최근 이재명계 핵심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 선대위를 빠르게 재편했다. 신임 사무총장에는 김영진(재선·54) 의원이, 전략기획위원장에는 강훈식(재선·48)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 이 후보와 중앙대 동문인 김 의원은 2017년 대선 때부터 이 후보를 도왔고, 이 후보의 최측근 모임인 '7인회'의 중추로 활동하고 있다. 경선 당시 이재명 캠프에서부터 당 선대위까지 이어 상황실장을 맡았다.
사무총장은 당의 인사·조직·재정 등 살림을 총괄하는 사령탑 역할을 한다. 특히 당비를 사무총장이 관리·감독할 수 있어 선거 과정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요직이다. 또 원내·외 당협위원장의 공천과 직결된 당무감사 권한을 갖고 있다.
'무계파'로 분류되는 강 의원은 선대위 정무조정실장으로 합류하며 최근 입지를 굳히고 있는 인물이다. 강 의원은 이 후보 수행을 총괄하며 정무적 조언 등을 하고 있다. 강 의원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체제에서 당 전략기획위원장과 대선경선기획단 등을 두루 거친 바 있다.
앞서 원팀을 강조하던 이 후보와 민주당이 '용광로 선대위' 대수술에 나선 것은 경선 후 계파간 화학적 결합에 실패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쇄신' 등을 이유로 들었으나, 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내홍으로 생긴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가 지속되며 선대위가 한달 째 공전하자 결단을 내린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각 캠프 인사 간 정보 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회의를 하려고 모여도 논의가 진척되지 못한 적이 많다"며 "무리하게 원팀을 꾸리려다 보니 캠프는 무겁기만 하고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했다.
이에 차기 선대위는 이 후보 측근들로 간소하게 꾸려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김영진 의원이 포함된 7인회(정성호·김병욱·문진석·임종성·김남국 의원, 이규민 전 의원)가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정 의원은 총괄특보단장으로, 김병욱 의원은 민주당 화천대유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밖에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 후보를 보좌해온 '경기·성남 라인' 정진상 전 선대위 비서실장, 김남준 대변인, 김현지 전 도지사 비서실 비서관,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의 역할에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한총련 의장 출신 김재용 전 경기도 정책공약수석, 강위원 전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 등 민족해방(NL) 계열 운동권 인사들이 어떤 역할을 할 지도 관심사다.
◇尹, 김종인 없이 6본부장 체제로 개문발차…'채용 청탁' 김성태로 삐걱
국민의힘은 김종인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하는 '원톱' 선대위에 김병준 전 위원장과 김한길 전 민주당을 양 날개로 하는 '3김(金)' 삼각 진용을 꾸리려 했으나, 김종인 전 위원장의 합류가 보류되면서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비워둔 채 개문발차(開門發車)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김병준·이준석 두 명의 상임선대위원장을 임명한 데 이어 6개의 총괄선대본부장도 당내 중진 인사들로 인선을 마쳤다. 윤 후보와 '죽마고우'이자 당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검사 출신 권성동 의원(4선·강원 강릉)이 종합지원총괄본부장을 맡았고,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으며 자신의 입당을 도왔던 권영세 의원(4선·서울 용산)은 총괄특보단장에 임명됐다.
당내 경선 후보였던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원 전 지사와 윤 후보는 당내 경선 당시 토론에서도 서로의 정책에 대해 많은 공감대를 표했고, 윤 전 총장이 처음 만나 '야권 승리를 위해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대선 후보이기도 하다. 조직총괄본부장에는 당내 최다선인 주호영 의원(5선·대구 수성 갑)이 임명됐다.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은 이준석 당 대표가 맡기로 했고, 3선 출신의 김성태 전 의원은 직능총괄본부장에 선임됐다.
하지만 선대위 인선이 당 최고위원회에 추인된 지 하루만인 지난 26일 김성태 전 의원이 과거 국회 상임위 증인 채택을 막아주는 대가로 딸의 KT 채용을 청탁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논란이 되며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윤 후보가 김 전 의원을 교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개문발차'한 선대위 구성이 다시 한 번 혼란에 빠졌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6일 김 전 의원의 임명에 대해 "후보가 (김 전 의원에 대한) 내막을 모르고 인선을 했다기엔 다소 알려진 건"이라며 "잘 해명되지 않는다면 시작부터 젊은 세대에게 부정적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김 전 의원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대법원에서 다투는 상황이라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직을 그만두게 하거나 이런 것을 고려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자신의 거취가 논란이 되자 김 전 의원은 전날(27일) 직능총괄본부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가 저에 대한 신임을 확인해 주셨지만, 조금이라도 누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저로 인해 상처받았을 2030 청년세대에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밖에도 선대위 대변인에 김은혜·전주혜 의원, 김병민 전 비대위원, 원일희 전 SBS 논설위원을 선임했고, 공보단장과 공보실장에는 조수진 의원과 박정하 강원 원주시갑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각각 임명됐다.
국민의힘은 6개의 총괄선대본부를 필두로 남은 실무진을 꾸릴 예정이다. 조직을 간소화 하자는 윤 후보의 의중에 따라 더 이상 총괄선대본부는 늘리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선이 끝난 이후 대선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해 '대선기획단'을 운영하지 않은 만큼 대선기획단의 역할을 할 종합상황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종합상황실장에는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거론된다. 임 전 실장은 지난 9월 출범한 당의 대선 공약개발단인 시민소리혁신정책회의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책 개발 등을 위해 강석훈 전 의원, 윤희숙 전 의원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 등에 대한 영입도 추진하고 있다. 강 전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로,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맡으며 정책통(通)으로 불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윤희숙 전 의원은 강 전 의원과 함께 '이재명 검증팀'에서 경제 정책 발굴 등을 맡을 전망이다. 이수정 교수는 여성 안전·치안 등에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