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세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언이 23일 공개됐다. “북녘 땅이 바라다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날을 맞고 싶다”는 내용이다.
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브리핑을 열고 “2014년 발간한 회고록이 사실상이 유서”라며 이같이 전했다.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이) 평소에도 가끔 ‘나 죽으면 화장해서 뿌려달라’고 말했다”며 “가족들은 유언에 따라 그대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전 대통령의 장례는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족장으로 치를 것이고 (유해는) 화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가족장이지만 장례는 3일장이 아닌 더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 전 비서관은 “삼남(전재만씨) 가족이 미국에 체류 중인데 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삼남 가족들이 모인 후에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혈액암의 일종인 만성 골수종(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았다. 다만 적어도 열흘 전까진 혼자서 움직임도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대통령의 시신은 이날 오후 4시 이후 빈소가 마련될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현재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를 비롯한 유족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45분쯤 자택에서 쓰러졌고, 이순자 여사가 발견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오전 9시12분쯤 전 대통령의 사망을 확인했다. 오전 11시8분쯤 과학수사대를 투입해 현장 확인에 나섰고,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되면 고인의 시신을 병원으로 이송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