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헝가리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탈(脫)원전 정책과 외국 원전시장에 진출하려는 노력이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는 한국의 원전 기술을 한국과 외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는 것뿐이라며, “서로 윈윈하는 협력”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과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각) 부다페스트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원전 에너지 사용 없이는 탄소중립이 불가하다는 것이 양국의 공동 의향”이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원전과 관련해 공동 언론발표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외국 정상을 만나서는 원전의 효용성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아데르 대통령이 해당 발언을 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아데르 대통령이 먼저 원전과 태양광 등의 신재생을 포함하는 헝가리의 에너지 믹스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2050년 탄소중립까지 원전의 역할은 계속되나 신규 원전 건설은 하지 않고 설계수명이 종료된 원전을 폐쇄할 것”이라며 “태양광, 풍력, 특히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탄소중립을 이루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수소차, 수소연료전지, 수소에너지 등 수소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양국이 긴밀히 신재생에너지 협력을 이루고자”고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박 대변인이 설명한 내용을 다시 언급하고, “이것을 아데르 대통령께서 (본인이) 이해한 대로 말씀하신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전체적으로 원전의 비중을 줄이자는 취지로 얘기했으나, 아데르 대통령은 ‘원전의 역할’에 방점을 두고 이해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국내에는 신규 원전을 짓지 않겠다고 해놓고 외국 원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모순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한국과 외국이) 서로 윈윈하는 협력 방안을 찾으려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국이) 신규 건설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도 상당 기간 원전을 통한 발전이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원전 산업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개발한 원전 기술이나 노하우는 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며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가장 최근에 원전을 건설하기도 했고, 우리만큼 예산이나 공사 기간을 맞춰 원전을 건설하는 나라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원전 산업 기술이나 인력을 유지한다는 차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산업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기술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통일부 대상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번 순방 일정을 거론하며 “문 대통령이 유럽 방문 계기에 관련국 정상을 만나며, 원전 시장 진출이 중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이 ‘탈원전 정책하에 재외공관이 원전 수주를 추진하며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지적을 하자, 정 장관은 “절대 혼란이 있을 수 없다. 이를 뒷받침할 외교 노력도 활발히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