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생각 없다’고 하면서 정권교체를 내세우던 야권의 대선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안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한 직후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안 대표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보였는데 난항을 겪게 된 것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대표는 지난 3일 보도된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문제에 대한 질문에 “제가 당선되고 정권 교체하겠다고 나왔다. 지금은 다른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정권교체를 위해 제1야당 후보가 된 분이 양보해 준다면 압도적인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안철수로 단일화해줘야만이 이번 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안 대표의 입장으로 인해 야권이 내세우던 정권 교체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20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에 따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안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가상 4자 대결을 벌이는 경우 안 대표의 지지율은 4.0%로 나타났다. 이 후보(34.6%)와 윤 전 총장(34.4%)이 오차범위 내의 지지율을 보이는 상황에서 안 대표가 이보다 큰 지지율을 확보한 것이다.

홍준표 의원이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되는 경우 안 대표의 지지율이 미칠 영향력이 더 컸다. 홍 의원은 해당 조사에서 29.3%의 지지율을 얻으며 이 후보(34.3%)에게 5.0%포인트 뒤졌는데, 안 대표는 이보다 큰 5.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중 어느쪽이 최종 후보가 되든 여론조사 결과로 미루어 보면 안 대표와 단일화를 이뤄야 정권교체가 가능한 셈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홍준표 의원이 지난달 25일 오후 대전시 서구 만년동 KBS대전방송총국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남·충북지역 대선 경선 후보 합동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두 사람 모두 단일화에 대한 안 대표의 부정적 입장에도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말에 “안 대표와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을 함께 보기 때문에 야권 통합이라는 큰 틀을 서로 그려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안 대표는) 공당의 대표인데 (단일화가) 그렇게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안 대표와는) 모르는 분도 아니고 만나기도 하고 있다. 다 같은 정치인들인데”라고 했다.

홍 의원도 같은 날 오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안 대표가 단일화를 하겠다고 하면 안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과연 계속 지지를 하겠냐”면서 “(지금) 단일화를 하겠다고 한다면 대선 출마 자체가 자기 몫을 찾으려는 대선 출마 밖에는 안 된다”고 했다. “(단일화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안 대표의 말이) 당연하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홍준표가 최종 후보가 돼야 대한민국에서 중도의 대표적 성격을 갖는 안 대표와의 단일화가 훨씬 용이할 것”이라며 “내 말이 틀릴지 아닐지 나중에 보라”고 했다. 그는 앞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와) DJP(김대중·김종필) 연대하듯이 세력 대 세력을 연대해서 공동 정부를 창출할 수도 있다”라며 “어떤 식으로든 정권 연장은 막아야 된다는 데는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 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새로운물결(가칭)'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현재 가상 4자 대결 여론조사 지지율이 당내 경선이 진행중이라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홍준표 의원이 포함된 가상 4자 대결에 안 대표가 포함됐다면 홍 의원을 찍기 싫어서 안 대표를 찍는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숫자는 지금 당이 경선 중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 단일 후보가 결정된 뒤에는 안 대표의 지지세가 확장되기는 정말로 어려울 것”이라며 “원래 선거는 마지막에 유력 후보로 수렴하는 경향성이 있다. 그렇기 그런 것들이 변수가 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통합하면 이긴다’는 담론, 제가 ‘통합 앵무새’라고 보통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전략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그런 수준 낮은 정치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당내 경선 이후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도 변수다. 이 대표가 연일 김 전 위원장의 대선 역할에 대해 강조하고 있어 합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데,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서 직책을 맡는 경우 악연이 있는 안 대표와의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 전 위원장의 2012년 4월 총선 출마를 통해 정계에 입문하라는 조언을 외면하고 독자 행보에 나섰다가 무소속이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를 두고 “2011년도에 ‘안철수의 별의 순간’이 떴는데 그 순간을 놓쳐버린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2012년 대선에서도 한 차례 갈등을 겪었고, 지난 4·7 재보궐선거 당시에는 김 전 위원장이 안 대표를 향해 “그 사람, 내가 볼 때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기도 했고, 안 대표는 토론회에 참석해 ‘정치적 결정을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좌우하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김종인 전 위원장 사모님과 착각한 게 아니냐”고 맞받으며 갈등을 빚었다. 김 전 위원장의 배우자는 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로, 안 대표 배우자와 동명이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대선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하게 되면 안 대표와의 단일화가 난항을 겪을 것은 뻔한 일 아니겠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