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MZ)아. 캠프 올 때 꼭 민지도 같이 데리고 와라"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지난 8월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당시 'MZ세대'를 '민지', '민준' 등으로 의인화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이대녀(20대 여성층)'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올린 것인데, 최근 홍 의원에 대한 민지들의 지지율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지난 9월 17일 지지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있다. /홍준표 캠프 제공

홍 의원이 민지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던 지난 8월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2031명을 상대로 보수 야권 후보에 대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 홍 의원의 20대 여성 지지율은 14.4%로 나타났다. 30대 여성 지지율도 14.4%로 집계됐다. 당시 경쟁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20대 여성 지지율은 16.4%였고, 30대에서는 18.8%의 지지율을 얻었다.

홍 의원에 대한 2030 여성층의 지지율은 지난 8월 이후 점차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9월 말 같은 기관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홍 의원의 20대 여성 지지율은 24.1%로 지난 조사 결과에 비해 9.7%포인트 올랐다. 30대 여성 지지율도 23.5%를 기록하며 9.1%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윤 전 총장은 20대 여성에서 14.9%의 지지율을 얻으며 지난달 대비 오차범위 내 감소를 보였고, 30대 여성에서는 27.5%의 지지율을 얻으며 8.7%포인트 올랐다.

그러다 지난 27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의 20대 여성 지지율은 36.2%, 30대 여성 지지율은 40.1%로 급증했다. 지난달에 비하면 각각 12.1%포인트, 16.6%포인트 올랐고, 지난 8월과 비교하면 21.8%포인트, 25.7%포인트 오른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20대 여성 지지율은 16.2%로 오차범위내 상승을 보였으며, 홍 의원 지지율이 크게 오른 30대 여성에서는 20.8%를 기록하면서 지난 달보다 6.7%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8월까지만해도 2030 여성층의 지지율은 모두 윤 전 총장이 홍 의원보다 높았지만, 이달 들어서며 뒤집힌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지난 23일 홍준표를 돕는 2030자원봉사단 '홍카단' 임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홍준표 캠프

홍 의원이 '민지'들의 지지를 끌어 올린 데 성공한 배경으로는 2030 남성층의 지지율을 먼저 끌어올린 점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젊은 남성층의 전폭적인 지지가 젊은층 전체의 지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당내 경선 초기, 윤 전 총장과 원희룡 전 제주도 지사 등이 이준석 대표와 마찰을 빚는 가운데, 이 대표를 두둔하며 주목을 끌었다. 당시 홍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과 갈등을 빚던 이 대표를 향한 당내 일각의 비판에 "당 대표는 당의 최고 어른"이라며 이 대표를 두둔했고, 이 대표를 지지하던 2030 남성층의 주목을 끌었다.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지지자들이 사용하던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이라는 유행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홍 후보의 20대 남성층 지지율은 지난 8월에는 24.3%였지만 지난 27일 발표된 조사에서는 60.4%를 기록했다.

이렇게 2030 남성층의 지지를 끌면서 '무야홍'이라는 유행어가 하나의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요소)'이 되어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었고, 야권 후보 가운데 처음으로 코미디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2030 여성층도 이러한 홍 후보의 이미지에 영향을 받아 상승세에 편승했다는 것이다.

2030 세대가 예민한 이슈를 공약으로 선점한 것이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있다. 홍 의원이 주장하는 '정시 확대', '사법시험 부활' 등이 '기회의 공정'이라는 측면에서 청년층의 호응을 끌었다는 것이다. 주식 공매도를 폐지하겠다는 공약도 공매도 재개로 인한 주가 하락에 불만이 많았던 2030 청년층에 솔깃한 공약으로 평가된다.

홍 의원이 가진 애처가 이미지 역시 여성층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홍 의원은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 사모님과 또다시 결혼하겠냐 (아니면) 대통령이 되겠냐'는 질문을 받고 "이번에 대통령을 한 번 하고 난 뒤 내가 저승에 가지 않겠냐. 내 각시 하고 결혼을 다시 하는 게 더 낫겠다"고 했다. 홍 의원의 배우자인 이순삼씨는 홍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으며 함께 방송 등에 출연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퇴임할 때까지만 해도 새로운 인물이었는데, 기성정치인이 갖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2030 세대에게 새롭다고 느껴지지 않고 있다"면서 "그런 가운데 지난 대선에서 2030 세대에게 8%가량밖에 지지율을 얻지 못했던 홍 의원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홍 의원이 젊은 여성 지지층까지 얻게 된 것은 아젠다 세팅에서 승리한 것도 있다"면서 "젊은층에게 공정의 가치는 법 집행의 공정도 있겠지만 기회의 공정이 더 큰데, 사법시험 부활이나 모병제, 정시 확대 등의 공약이 이와 상통한다"고 했다. 그는 "홍 의원이 지난 6월 생후 20개월 된 자신의 의붓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20대 남성에 대해 '대통령이 되면 사형시키겠다'고 한 것도 젊은 층에게는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론 조사에 나온 수치로 홍 의원이 2030 표심을 장악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홍 의원의 여성 지지율이 오른 것은 20대 전반적으로 지지율이 오르니까 뛰어오른 것"이라면서 "20대 여성에게 호응을 얻을 만한 특별한 요소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전체 여론조사에서 성별과 연령을 갈라서 보는 것은 표본 수가 많지 않아 적은 응답자 수 차이로도 지지율 차이가 크게 날 수 있기 때문에 한 차례의 통계만 가지고 추이를 판단하기는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지난 24일 쿠팡플레이의 SNL코리아에 출연한 모습.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