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재정의 역할이 작다"며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 초청 차담에서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50분간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 대통령과 차담 형식의 면담에서 "확장재정을 통해 공적이전소득을 늘려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또 이 후보는 "전체 경제는 살아나고 있지만 양극화는 심화되고 서민 경제에 온기가 다 전해지지 않았다"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했다.

이 후보는 '확장재정'을 주장하며 기획재정부를 압박해 왔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의 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작은 것을 거론하며 홍남기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향해 "전쟁 중 수술비를 아낀 것은 자랑이 아니라 수준 낮은 자린고비임을 인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1월에는 "소수 기득권자에게는 불편할지언정 국가 경제도 성장하고 국민 대다수도 소득이 늘어 행복하고 국가재정도 튼튼해지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며 "과감한 확장재정정책으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해 보편, 선별, 보상 등 필요한 정책이라면 모두 시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언론사에 실린 '기재부 재정건전성 논리의 불건정성'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공유했다.

지난 6월에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며 홍 부총리를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님께서는 지난 2월 '전 국민 위로금 검토'를 말씀하셨고, 이후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을 분명히 하셨다"며 "기재부는 독립기관이 아니다. 지휘권자인 대통령님의 지시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9월에는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언급하며 "이 나라가 정말 기재부 겁니까, 기재부 장관님 이러지 마세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당시 그는 "안타깝게도 홍 부총리가 또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77%나 삭감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따뜻한 안방에서 지내다 보면 진짜 북풍한설이 부는 들판의 고통을 알기 어렵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5월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 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문 대통령은 전날 국회에서 실시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확장재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재정 건전성도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도 재정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며 "재정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금까지 위기극복을 위해 재정의 여력을 활용하면서도 재정건전성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고심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 후보에게 기업들을 많이 만나보라고 권유했다. 그는 "지금 대기업들은 굉장히 좋아서 자기 생존을 넘어서 아주 대담한 목표까지 제시하고 있다"면서 "그 밑에 있는 기업들, 그 아래 있는 작은 기업들, 대기업이 아닌 기업은 힘들다"고 했다. 이어 "자주 현장을 찾아보고, 그래서 그 기업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에 대해서 많이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