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과거 성남시장 시절 경기 성남시 대장동 임대주택 용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가구당 50만~60만원씩 시민배당해 정치 효능감을 드리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후보의 이 결정으로 대장동 전체 주택용지 중 임대주택 용지는 6%로 축소됐다.

이 후보는 이날 ‘자다가도 떡이 나오게 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시장 잘 뽑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옵니다’, 제가 대장동 공영개발을 추진하며 성남 시민들께 드린 말씀”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2017년 3월 7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성남시청에서 1공단 공원조성사업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당시 그는 "대장동 개발사업은 당초 민영개발 형태로 진행이 되려다가 민선5기 제가 취임을 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의한 공영개발로 전환해서 사업을 추진토록 했다"며 "개발이익은 공공이 환수해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시 제공

그는 “(대장동 개발사업은) 절반의 성공으로 2700억원을 들여 (성남) 본시가지 1공단을 공원으로 만들었다”며 “920억원이 드는 터널과 도로공사도 떠맡겨 절감한 예산으로 복지정책을 했다”고 썼다.

이어 “그런데 이런 건 체감이 잘 안 되니, 환수이익 1822억원은 가구당 50만~60만원씩 시민배당해 정치효능감을 드리려 했다”며 “2018년 3월 시장 사퇴로 실행을 못했는데, 후임 (은수미) 시장이 1000억원을 빼 인당 1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잘 뽑으면 국민살림이 얼마나 나아질까”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페이스북 캡처

◇임대주택, 법이 허용한 최저 수준에서 더 줄어

그런데 이 후보는 임대주택 용지를 ‘시민배당’하겠다며 매각하기로 한 결정으로 임대주택 공급 물량이 계획보다 크게 줄어든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경기 성남분당갑)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계획이 승인된 2015년 6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이 지역 공동주택 용지(37만8635㎡)에 조성하기로 목표한 임대주택 용지 비율은 15.29%(5만7889㎡)였다.

도시개발법상 ‘성남의뜰’과 같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 이상 출자한 공공시행사는 건설 물량의 25%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도시개발업무처리지침은 이 비율을 ±10%포인트 사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처음부터 법이 허용하는 최저 수준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계획을 세운 것이다.

2017년 6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임대주택 용지였던 대장동 A10 블록을 매입하지 않고 1822억원을 받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에 따라 성남도시개발공사는 A10 블록을 매각을 시도했으나, 9차례 유찰되면서 임대주택이 축소됐다. /이재명 후보 페이스북 캡처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6년 A9(9552㎡), A10(4만7783㎡) 블록에 임대주택을 마련하기로 했다. 2017년 3월 7일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대장동 개발이익금 환원내용은 1공단 조성사업비 2761억원 이외에 대장동 인근 터널공사 등 920억원, 대장동 A10블럭 임대부지 산정가 1822억원 등 총 5500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 후보는 3개월 뒤인 같은 해 6월 임대주택 용지 매입을 배제했다. 이에 따라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7년 8월 계획을 대폭 수정해 용지 매각 공고를 냈다.

◇참여연대·민변 “임대주택 건설 최소한 수준에 그쳐” 비판

이 후보가 임대주택 용지를 매입하지 않는 대신 1822억원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정책이 ‘시민배당’이다. 그는 경기지사 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있던 2018년 1월, 성남시민들에게 1인당 18만원씩 지급하는 ‘시민배당’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이어서 ‘재난지원금’처럼 전 국민에게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한 적이 없었다. 이 후보는 당시에도 ‘기본소득’을 주장했지만,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며 24세가 된 청년에게 1년간 1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배당’만 실시했을 뿐이다.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대장동에서 화천대유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으면서 얻은 개발이익을 추정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분양가상한제 적용했으면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한 아파트 개발이익 2699억원을 줄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그런데 이 후보가 ‘시민배당’을 지급하겠다며 A10 블록 용지 매각에 나서면서, 처음부터 도시개발법상 최저 수준이었던 임대주택 용지 비율은 더 줄었다. 용지 입찰이 9번 유찰되자, 성남도시개발공사는 A10 블록 총 1120세대 가운데 신혼희망타운 371세대를 뺀 749세대를 공공분양으로 전환했다. 그 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830억원에 용지를 매입했다.

그 결과 ‘공공개발’이었던 대장동에서 임대주택은 전체의 10% 수준으로 축소됐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대장동 전체 공급주택 5684호 중 공공임대주택은 595호라고 지적하고, “토지 매입 단계에서는 공익사업으로 강제수용권을 행사했는데, 분양단계에서는 민간택지라는 이유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임대주택 건설도 최소한의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구역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캠프, 임대주택 축소 원인 은수미 시장에게 돌려

임대주택 공급 물량이 당초 계획보다 줄어든 것에 대해 이 후보 측은 후임 은수미 시장이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후보 캠프는 지난 5일 임대주택 용지가 전체 면적의 6%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이 후보가 성남시장 퇴임 후 일어난 일로 연관이 없다”며 “임대주택 용지 매각이 안 돼 2019년 은수미 시장이 A10 부지를 분양 가능한 부지로 변경해 매각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해당 용지를 매각하겠다는 결정을 하고, 그 돈으로 1인당 18만원씩 ‘시민배당’을 주겠다고 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던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당시 “이 시장이 재임 시절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후임 시장이 결정해야 할 일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문제”라고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