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가용 차량(승용차·승합차)을 이용해 일반인이 아르바이트처럼 물품을 배송하는 ‘쿠팡플렉스’ 등의 개인 운반 플랫폼에 대한 규제 검토에 나섰다. 최근 경차 지붕에 택배 박스 수십개를 탑재하는 행위 등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을 만한 사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트럭 등 화물차와 달리, 자가용 차량을 이용한 운송과 관련해서는 관련 법규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쿠팡플렉스의 자가용 차량의 운송 위법성 여부를 묻는 서면 질의에 “별도의 제재 규정이 없다”며 “해당 행위가 확대될 경우, 기존 화물 운송 시장이 잠식될 우려가 있어 규제 필요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플렉스는 지난 2018년 8월 도입된 쿠팡의 배송 사업이다. ‘플렉서’로 불리는 지원자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맞춰 주변 물류센터에서 배송 상품을 받아 지원자 소유의 차량으로 물품을 배송한다. 지원자들은 하루 30~80개의 물품을 배송하며, 4만~15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플렉스는 전업이 아니라 지원자가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투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쿠팡에 등록된 플렉서는 10만명 규모로 하루 평균 5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문제는 쿠팡플렉스 같은 서비스와 관련한 안전 및 분쟁 관련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김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은 화물자동차를 이용한 운송에 대해서만 규율하고 있고, 승용·승합차를 통한 화물 운송행위는 제재 규정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례에 대해 적발한 게 있냐’는 질문에는 “제재 규정이 없어 별도로 적발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앞서 정부·여당은 전자상거래 발달 등으로 택배시장 규모가 지난해 7조5000억원에 달하고 배달업종 취업자 수가 39만명에 이르는 등 규모가 커지자, 지난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물법)’을 추진해 지난 1월 제정했다. 이전까지 육상 화물 운송에 관한 유일한 제도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었는데, 해당 법령 하나 만으로는 늘어나는 운송 시장에 대응하기 어렵고 종사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난 1월 제정된 생물법 및 하위 법령에는 쿠팡플렉스 같은 새로운 유형의 배송 서비스는 포함되지 않았다. 생활물류서비스법에서는 ‘택배서비스사업’을 화물자동차로 배송하는 화물을 사업으로 정의했고,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을 이륜자동차를 이용해 배송하는 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쿠팡플렉스와 같인 서비스는 사각지대로 남게 됐다.
자칫 배송 중 화물 분실·훼손 등으로 손해가 발생해 분쟁이 생겨도 판단의 기준이 될 법령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 화물자동차법에는 적재물 사고에 대해 상법을 준용하도록 돼 있고, 분쟁이 발생하면 국토부가 조정하도록 돼 있다. 생활물류서비스법에는 사업자와 종사자의 연대책임을 규정하고 사업자가 손해를 배상한 뒤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쿠팡플렉스 류의 새로운 배송 서비스가 취급할 수 있는 화물의 범위 규정이 없는 것도 분란의 소지가 있다. 쿠팡플렉스는 단품 기준 ‘중량 20kg 이하’ 물품이라는 규정 외에는 규격이나 개수 규정이 없다. 차량 지붕에 묶어 고정하거나, 차 안에 실을 수만 있다면, 화물 수량과 관계 없이 운송할 수 있는 셈이다.
김상훈 의원은 이와 관련 “차량별 화물 적재 가이드라인도 없어 과적으로 인한 도로 교통의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며 “다른 화물 운송업 종사자 간 업무영역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