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공세적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당연하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동맹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중국 관영매체는 정 장관의 발언이 “사실을 말한 것”이라며 옹호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2일(현지 시각) 오후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한 정 장관은 지난 22일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미 외교협회(CFR) 대담회에서 ‘중국이 최근 국제사회에서 공세적(assertive)인 모습을 보인다’는 파리드 자카리아 미국 CNN 방송 앵커의 지적에 “경제적으로 더욱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며 “20년 전 중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 장관이 미국에서 중국 입장을 대변했다는 논란이 일자, 정장관은 23일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 “중국이 강압적이라고 여러 나라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다만 중국의 강압적인 태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중국에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 같은 정 장관 발언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21일 유엔총회 연설을 참고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동맹과 친구를 옹호할 것이고, 무력에 의한 영토 변화, 경제적 강압, 기술적 착취 또는 잘못된 정보로 강대국이 약소국을 지배하려는 시도에 반대할 것”이라고 한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발췌해 전했다.

이 부분은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중국의 압박 외교를 비판하면서, 미국은 다르다고 강조하는 내용이다. 정 장관의 견해와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고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미국, 일본 외교장관이 22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에서 만나 3자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유엔 총회를 계기로 이뤄진 이날 회담에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토니 브링컨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 인터넷판은 24일 정 장관 발언을 지지했다. 이 매체는 ‘친중 발언이라고? 한국 외교장관은 친(親) 국익(한국의 이익)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우리가 보기에 정의용 장관은 단지 몇 마디의 큰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고 썼다.

사설은 “어느 나라가 자기 주권과 핵심 이익을 수호함에 있어 강력하게 나가지 않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여러 나라와 영토 분쟁이 있는데 우리는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고, 자기 이익을 수호해왔다”며 “중국의 실력이 늘었는데 이 힘을 우리를 겨냥한 도전에 반격하는데 쓰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한국은 중국의 중요한 이웃 국가이자 ‘중·미 사이에 낀’ 전형적인 나라”라며 “한국은 중·미 사이에서 일종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주력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것(미중 사이 균형외교)은 호주, 일본과는 다른 한국 외교의 모습이 됐고, 이는 분명 한국의 전략적 공간을 축소한 것이 아니라, 확장했고 국익을 지키는 외교적 유연성을 증대시켰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한국과 중국 사회 내부에 상대방에 대한 격한 정서가 있지만, 양국 정상이 그런 격한 정서가 상호 관계를 주도하지 못하도록 건설적인 방향을 확고히 잡은 것은 양국 공동의 정치적 지혜를 보여준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