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2021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에서 영상을 통해 축사를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베이징에 증권거래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특별행정구인 홍콩을 제외하고 중국 본토에서는 상하이와 선전 두 곳에 증권거래소가 있다./연합뉴스

지난달부터 미국 월가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진핑 리스크’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본의 질서 없는 성장을 멈추고 더불어 잘살자”라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내세우면서 알리바바, 텐센트 등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부당행위 제재를 위해 ‘플랫폼 경제 반독점 지침’을 마련하고 관련 기업에 대한 면담 및 행정 처분도 잇달아 시행 중이다. 중국 최대 호출형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인 디디추싱은 정부의 압박으로 미국 뉴욕 증시 상장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민간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연이은 규제 조치는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진핑 주석의 중국 공산당 정부는 경제활동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교육의 평등을 해친다는 이유로 사교육을 금지함에 따라 뉴욕과 홍콩 증시에 상장된 교육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천문학적인 소득을 올리는 일부 연예인들에 대한 탈세 조사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단속도 시작됐다. 지난 31일에는 평일에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게임업계에 대한 초강력 규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규제에 고삐를 쥐고 있다. 꽃, 간식, 샐러드 배달 중개서비스 등 골목 상권을 향한 플랫폼 업체들의 문어발 확장을 막아야 한다는 게 주된 명분이다. 민주당은 거대 플랫폼의 갑질 관행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며 정기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부처도 일사분란하게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조치가 ‘빅테크 때리기’에 나선 중국 시진핑 정부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카카오(035720)와 네이버 주가는 추풍낙엽처럼 하락 중이다. 카카오 주가는 지난 17일 11만9500원까지 하락했으며, 석달만에 시가총액 22조원이 증발했다.

사진은 2018년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된 카카오 김범수 의장(왼쪽 세번째)./조선DB

◇ 與, 이해진·김범수 국감 소환…'플랫폼 공정화법’ ‘상생기금법’ 검토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10월 시작되는 국정감사 증인 및 참고인으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 등을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김 의장에게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독점적 시장구조에 따른 이용자 수수료 인상, 공세적 인수합병(M&A)으로 인한 골목상권 위협, 온라인 플랫폼시장 성장에 따른 입점 업체 보호 정책 등에 대해 물을 계획이다.

이 밖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증인 신청 명단에도 김 의장을 포함해 네이버, 쿠팡, 야놀자, 우아한형제(배달의민족) 대표들의 이름이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국감에서 이 기업들의 갑(甲)질 행태를 지적해 여론을 환기시켜 1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입법 동력을 얻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플랫폼 기업에 별도의 기금을 징수해 디지털 소외계층과 영세사업자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들도 검토되고 있다.

이는 정부 여당의 정치적 계산과도 맞물려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플랫폼 기업들의 과도한 수수료 등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서울 마포구 한 식당에서 을(乙) 권리보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플랫폼 가맹 소상공인 노조 허가”…中 공회 카드 ‘닮은꼴’

민주당 대선주자들 중에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에 가장 적극적이다. 이 지사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입점 업체들의 노동조합 형성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중국은 이미 플랫폼 기업 등을 상대로 ‘공회(工會)를 결성하라’고 압박에 들어간 상태다. 공회는 중국 공산당이 직접 운영하는 ‘국영 노동조합’이다. 이는 기업들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디디추싱은 최근 내부 회의를 열고 직원 공회를 결성하기로 했다. 이를 시작으로 음식 배달 업체 메이퇀뎬핑과 알리바바, 트럭 공유 업체 콰이거우다처에서도 배달 기사와 임시직을 포함한 노조 결성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또 빅테크 기업들의 고속 성장을 가능케 했던 ‘996 근무제’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996 근무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중국 IT업계에 만연한 초과근무 관행을 일컫는 말이다. 이에 따라 하루 1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는 금지된다. 중국 노동법은 하루 평균 근로시간을 8시간으로 정하며 주 44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주장이 거듭 나온다. 앞서 민주당 예비경선 후보였던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주4일 근무제’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재명 지사는 이에 대해 “계승할 만한 공약”이라며 “세계적으로 주 27시간 일하는 곳도 있다”며 “거기까지는 못 가더라도 주4일 근무제를 목표로 가야 한다”며 화두를 던졌다. 주4일 근무제는 문재인 대통령도 주장했던 내용이다.

지난 6월 18일 중국 상하이에 있는 중국 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 기념관 너머로 방 하나짜리 집 가격이 30억 원대에 달하는 고급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연합뉴스

◇ 이재명은 주택 가격 통제, 이낙연은 택지 소유 제한

중국은 부동산 투기 단속 및 규제에도 고삐를 조이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는 지난 7월 시민들이 부동산을 구입할 때 사전에 정부에서 발행한 구매 허가증인 ‘방표(房票)’를 받아야 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자격증 1장당 아파트 한채만 등록해 구매할 수 있고 동시에 두채 이상 아파트 등록은 불가능하다.

민주당 대선주자들도 국가가 부동산 시장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재명 지사는 ‘주택관리매입공사’를 설립해 국가가 주택 가격의 하한선과 상한선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했다. 집값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공사가 주택을 구입해 가격 폭락을 막고, 집값이 급격히 오를 경우엔 공사가 보유한 주택을 풀겠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위헌 판결을 받은 택지소유상한법·개발이익환수법·종합부동산세법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개인과 법인의 택지 소유 상한선을 설정, 부담금을 부과하는 한편 개발이익 환수는 확대하는 게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