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중 양국이) 각자 핵심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중국과 한국은 국가 상황이 다르기에 항상 각자의 발전 경로를 존중하고, 각각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존중하며, 민족·문화 전통·국민감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이 ‘핵심이익과 관심사 존중’을 언급한 것은 남중국해와 대만 등의 문제에 한국이 미국 등 서방의 대(對)중국 공세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왕 부장은 “이것은 양국 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명시했다. 한미 정상이 대만해협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왕 부장은 한중 협력에 대해서는 “중한 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통하며 경제적으로 보완적”이라며 “호혜 협력을 강화·심화해 양국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는 어렵게 얻었으니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며 “각종 방해를 극복하고 배제해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왕 부장에게 “베이징올림픽이 평창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번의 전기가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했다. 왕 부장은 “베이징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태도로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하루에도 역사적인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취재진과 만나 베이징동계올림픽 때 김정은 등 북한 고위급을 초청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중국은 주최국으로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각국 지도자를 초청할 수 있는지 논의하기를 원한다”면서 “현재는 논의하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왕 부장은 “한국과 중국은 친척처럼 자주 만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공자가 말한 ‘삼십이립(三十而立·30세에 뜻을 확고히 세운다)’을 언급하며, “한국과 중국은 수교 30년을 앞두고 계획을 잘 세워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간 다져온 한중관계가 더욱 굳건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