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채권을 매입하라고 요구했다. 한은이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고금리 대출채권을 매입해 대환대출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자 감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서민‧자영업자의 이자감면과 취약분야 당사자에 대한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국은행과 정부에 서민‧자영업자 이자감면을 위한 정책금융 확대를 요청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현재의 양적완화 정책을 조정하는 한편, 소상공인·자영업자 채권을 매입하는 포용적 완화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의 발권력을 이용해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지원하자는 주장이다.
이같은 발상에 학계 관계자들은 “돈을 그냥 찍어내겠다는 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채권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은데, 손실을 메우기 위해선 결국 한은이 발권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이 돈을 찍어내면 즉시 시중금리와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중앙은행의 소상공인 자영업자 채권 매입은 법으로도 금지하고 있다. 한은법 68조에 따르면 한은의 매입 대상 채권은 국채, 정부보증채 등으로 자영업자 채권 매입은 불가능하다. 또 ‘물가안정’ ‘금융안정’이라는 한은의 정책 목표와도 맞지 않을 뿐더러 한은의 정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난지원금 지급 등 현금 살포성 정책을 연일 펼쳐온 여권이 국가 재정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에 이어 이제는 한은에 직접 돈을 찍어내라며 압박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채권매입전문기구(SPV)에서 고금리 소상공인 채권을 매입하고 금리를 인하해 재대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을 돕기 위해 지난해 SPV를 설립해 회사채를 매입해왔는데, 이를 자영업자에게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한은의 발권력을 사용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작년 6월 21대 국회 ‘1호 법안’이라며 재난 발생 시 한은이 피해를 본 기업 등의 채권 매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