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곳간’ 공방을 벌였다. 고 의원은 “곳간에 곡식을 왜 쌓아두고 있냐”며 더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고, 홍 부총리는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지난 7월 26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 입구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수감되자 슬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의원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홍 부총리에게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코로나19 재정지원 규모가 선진국과 비교해 낮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정당국은 재정건전성을 이야기하는데 정작 사람이 필요할 때 쓸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 곳간에 곡식을 쌓아두는 이유가 뭐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나라 곳간이 쌓여가는 게 아니라 비어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각 나라의 여건과 상황이 다르다”며 “확진자 숫자만 하더라도 우리는 인구 10만명 당 500명이 안 되고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는 1만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들 나라는 워낙 타격이 크기 때문에 재정 규모도 더 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가는 희망회복자금이 충분하다고 보느냐’는 고 의원의 질문에는 “그들의 고통과 타격에 비하면 정부지원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했다. 다만 “그래도 6차례 걸친 추경 등 정부 나름대로 최대한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가 편성한 2022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를 열게 됐다는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지적에는 “채무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우려에 공감한다는 취지였다.

그는 “작년과 올해 코로나19를 극복하면서 재정 역할을 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며 “(지금은) 확장 재정으로 가지만 내년 이후에는 정상화 수순을 밟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의 절대적인 국가채무 수준은 선진국의 절반도 안 돼 양호한 편이지만, 증가속도가 빠르다는 것에 대해선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의원은 코로나19 상황 전에도 ‘곳간’ 주장을 한 바 있다. 청와대 대변인으로 있던 2019년 11월에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 방침에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곳간에 있는 작물들은 계속 쌓아두라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기 마련이기 때문에 어려울 때 쓰라고 곳간에 재정을 비축해두는 것”이라고 했다.

또 “자꾸만 곳간에 있는 것이 다 바닥나버리면 어떻게 할 거냐라고 한다”며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어렵고 우리나라도 그 상황 속에 있다면 적극적으로 정부가 나서는 것이 해야 될 역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