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선 경선 후보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경선에 돌입했지만, 경선 여론조사에서 범(汎)여권 지지층의 참여를 막기 위한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둘러싼 갈등으로 경선룰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은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주장했고,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나머지 대부분의 후보는 반대했다.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 지지도에 따라 전선이 형성된 것이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5일 회의를 열고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과 관련해 결론을 내기로 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국민의힘 경남도당에서 열린 '홍준표 대선 예비 후보 당원 인사 및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을 경청하며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역선택 논란은 여당 지지자들이 국민의힘 경선에 개입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됐다. 여권 후보가 상대하기 쉬운 후보를 야권 최종 후보로 만들기 위해 국민의힘 경선에 여당 지지자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에 찬성하는 측의 주장은 지지 정당 등을 물어 범여권 지지자들의 개입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최 전 원장 측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을 지지하는 비율이 비상식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다”며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실시한 ‘야권 대선주자 적합 후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 의원에 대한 범여권 지지층의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 6월 20일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12.0%의 지지를 받은 홍 의원은 지난달 23일 조사에서는 27.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홍 의원에 대한 열린민주당 지지층의 지지율은 13.9%에서 42.0%까지 올랐다.

전체 후보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범여권 지지층의 선호도와 국민의힘 후보만을 놓고 조사한 선호도의 차이가 큰 점도 역선택이 발생할 수 있는 우려로 꼽힌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여야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윤 전 총장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경우는 2.3%로, 홍 의원(2.1%)과 비슷했다. 하지만 야권 후보로 대상을 한정해 물으면 큰 차이가 난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지지층에서 윤 전 총장은 각각 6.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홍 의원은 27.2%로, (민주당), 42.5%(열린민주당)으로 윤 전 총장의 4배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을 방문, 한국교회 대표연합기관 및 평신도단체와 간담회를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리얼미터는 ‘선호 인물 불출마 시 지지 의향 인물’도 물었다. 여권 지지층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경선에서 탈락했을 때,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지지로 이탈하는 비율은 두 후보 모두 매우 적었다. 이 설문에서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윤 전 총장을 꼽은 응답자는 2.4%, 홍 의원은 4.9%였다. 야권 후보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권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높더라도 ‘확장성’ 측면에서 차이가 없는 셈이다.

역선택 논란 속에서 야권 후보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 지지율은 상승세를 탔다. 홍 의원 지지율은 6월 20일 11.2%에서 지난달 23일 21.5%로 두 달 사이 두 배가 됐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이라는 유행어가 퍼지고 있는데, 실제 지지율 오름세다.

리얼미터가 JTBC의뢰로 실시한 보수 야권 대선주자 적합 후보 조사 결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3일 홍 의원의 상승세와 관련해 “조직적 역선택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홍 의원도 “(저에 대한) 호남 지지율이 올라가니 이젠 역선택을 운운하며 경선 여론조사에서 호남을 제외하자고 하는 못된 사람도 있다”며 “대선 투표를 우리끼리만 하나. 대선이 당 대표를 뽑는 선거냐”고 했다. 실제로 지난 6월 20일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이 호남에서 얻은 야권 대선주자 적합도는 16.1%였지만 지난달 23일에는 36.4%로 올랐다.

다만 조직적 역선택은 없더라도 경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역선택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8강을 뽑는 데까지는 역선택이 사실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실제 10월, 11월까지 이런 논쟁이 진행되면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역선택 이야기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역선택 리스크가 높아진다”고도 했다. “시스템을 잘 모르면 대선후보 적합도를 물어봤을 때 직관적으로 후보를 고르게 되는데, 이 이슈가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사람들이 시스템에 대해 알게 된다”는 것이다. 범여권 지지층이 전략적으로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해 역선택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