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가운데, 고급 양주와 양복 수입 허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상류층에 ‘생필품’으로 보급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북한 내 특권층 민심을 달래기 위해 양주와 양복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17년 6월 13일 열린 북한 평양 여명거리 준공식에서 공개된 여명거리의 모습을 조선신보가 4일 보도했다. 여명거리 내 한 상점에서 종업원이 술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의 대북제재 조정 또는 유예와 관련, 북한은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때 요구했던) 광물수출 허용, 정제유 수입 허용, 생필품 수입 허용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당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생필품 중에서 꼭 풀어야 하는 게 무엇이냐’고 질문했고, 국정원은 “고급 양주와 양복이 포함된다”고 보고했다. 하 의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혼자 소비하는 게 아니라 평양 상류층 배급용”이라며 “상류층 생필품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생필품을 (대북제재 품목에서) 풀어주라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하 의원은 국정원 보고를 토대로 “김정은은 곡물 증산을 국가 최중대사로 강조하고 있다”며 “금년도 곡물 부족 상황이 악화되자 전시 비축미(2호미)를 전량 세대(식량이 없는 주민)를 비롯해 지방에 있는 기관, 기업소 근로자까지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의 민간 곡물 가격과 쌀 가격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식량은 1년 수요량인 548만t 대비 지금 100여만t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재고량도 바닥이 났는데, 하계 곡물인 보리와 감자 등을 40만t 정도 수확해 추수기까지 버티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쌀값은 6월까진 급등세로 연초대비 최대 2배까지 올랐다가 7월에 진정세를 보였지만 지금 다시 상승 추세라고 한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전승절') 68주년이던 지난달 27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열린 제7회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해 연설했다고 조선중앙TV가 2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참전 경험이 있는 원로 간부 현철해의 뒤에서 몸을 숙여 들여다보며 어깨를 감싸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도 폭염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식량 생산도 타격을 받았다. 하 의원은 “7월 중순 이후 지속된 폭염으로 온열 질환 사상자가 발생하고 벼, 옥수수가 고사하고 가축이 폐사하는 등 농축산 부분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8월 중 북한 전역에 많은 비가 예고돼 침수 예상 주민에 대피 지시가 하달됐다”며 “작년과 마찬가지로 김정은이 폭우 대책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