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석·박사 과정 학생들을 만나 “원자력 에너지는 영화에서처럼 위험천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원전 재난을 다룬 영화 ‘판도라’를 본 뒤 탈원전 신념을 갖게 됐다고 알려진 점을 지적한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어은동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을 만나 탈원전 정책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총장은 이날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2030 의견청취’ 간담회에 참석해 원자력 전공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의견을 나눈 뒤 기자들과 만나 “(원자력 발전이) 친환경·탈탄소라는 측면과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기 소비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면서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의 효율성, 신재생에너지인 수소를 생산하는 데 있어서 원자력 발전을 생각하면 탈원전을 조급하게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프랑스는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78%를 원전에 의존한다”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굉장히 치명적이지만,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는 원전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문가가 깊이 있게 검토하고, 국민의 합의를 갖고 에너지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노조 대외협력부장을 맡고 있으면서 카이스트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김지희(34)씨, 박사과정 조재완(31)씨, 석사과정 구현우(26)씨가 참석했다.

2016년 12월 18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신분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부산진구 nc백화점 영화관에서 한국 재난 영화인 '판도라' 박정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DB

윤 전 총장은 “정부의 갑작스런 탈원전 정책 때문에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꿈과 희망을 갖고 공부를 시작한 우수한 재원들이 많이 이탈하고 혼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계속 원자력 연구를 이어가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원전 산업 생태계가 한번 망가지면 다시 회복할 수 없어, 정부의 정책이 바뀌기를 기대하면서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공부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전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개 비판해 온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만났다.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탈원전 정책은 졸속이며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했다.

또 자신이 검찰총장직을 그만두게 된 계기로 탈원전 정책을 지목하기도 했다.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으로 대전지검에 전면 압수수색을 지시하자마자 감찰 징계 청구가 들어왔고, 사건 처리에 음으로 양으로 굉장한 압력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도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이뤄진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