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상황으로 대중교통 이용객이 줄어 서울시 시내버스 운송적자가 660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적자는 서울시 재정으로 지원해야 한다.

서울 중구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연합뉴스

그런데 서울시 버스회사들은 매년 700억원씩 당기순이익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도시철도 확대로 줄어든 버스 수요를 감안해 감차를 실시해 적자폭을 줄일 수 있었지만, 계획을 세우고도 시행하지 않았다.

◇서울시, 재정 부족해 버스회사 지원하려 은행 대출…은행 이자만 총 290억

감사원이 17일 공개한 ‘지방자치단체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실태’에 따르면 서울시가 2004년 7월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한 후 매년 2000억~3000억원의 운송적자가 발생해 재정으로 지원했다. 적자는 2019년 3538억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86.5% 증가한 6601억원이었다.

서울시는 재정지원 금액이 예산을 초과하면 은행 대출로 지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020년 11월까지 대출에 따른 이자비용만 290억8000만원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버스회사의 비용과 일정 수준의 이윤까지 재정으로 지원해주는 버스 준공영제에 따라 버스회사 경영수지는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의 경우 서울시 버스회사들은 67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이 중 71.8%에 해당하는 483억원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버스회사들이 사내에 쌓아두고 있는 이익 잉여금은 총 4486억원에 달한다.

서울시의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따른 연도별 버스 운송적자(위)와 서울시 버스회사 전체의 이익과 배당 현황. /감사원 제공

서울시가 버스 운송적자를 줄이는 방법은 감차다. 현재도 서울시 도시철도 노선이 확충되고 있기 때문에, 버스를 타려는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시내버스의 수송분담률은 2010년 28.1%에서 2018년 24.4%로 줄었고 하루 이용객 수도 같은 기간 459만5000명에서 405만3000명으로 감소했다.

감사원은 “서울시는 버스 승객 감소와 교통약자 배려 위한 버스 준공영제 도입 취지를 균형 있게 고려해 버스회사가 적정 보유대수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버스 준공영제 시행 이후 중장기 증·감차 계획 수립 없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감차 계획이나 단축운행 계획 등을 수립·발표했고, 그마저도 버스회사 반발로 대부분 이행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2014년→2019년, 버스 승객수 11.4% 줄 때 버스 인가 대수는 1.1% 감소

버스회사들은 운송 수입과 관계 없이, 버스 보유와 운영에 드는 모든 비용을 버스 대수에 비례해 서울시로부터 보전받는다. 서울시가 버스 감차를 시도하면 반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시는 2013년 보유비 지급을 중단해 감차를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버스회사가 동의하지 않는다며 관련 지침 개정 때 반영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버스 승객 수는 11.4% 감소했지만, 버스 인가대수는 1.1%만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370번 친환경 수소버스가 처음으로 운행하고 있다. 수소버스는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모델로 30㎏의 수소를 충전하면 최대 450㎞를 달릴 수 있다. 30㎏을 완전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0분이다. 370번 버스는 하루 평균 250㎞가량을 운행하는 노선으로 한 번 충전으로 하루 종일 운행이 가능하다. /고운호 기자

또 버스 기사의 운전습관 개선, 급가감속 자제, 차량 품질 향상으로 버스회사가 지출하는 타이어비와 정비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버스중앙차로제 확대로 교통사고도 줄어, 차량보험료도 줄고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전년도 값을 임의로 가감해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6~2019년 차량보험료는 실제 지출액보다 89억원 더 지급했다. 타이어비는 2015~2019년 실제 지출액보다 98억원, 정비비는 같은 기간 152억원 더 많이 정산해 지급했다.

감사원은 서울시장에게 주기적으로 적정 버스 인가 대수를 산정해 중·장기 증감차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라고 통보했다. 버스회사가 적정 인가대수보다 많이 보유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재정적 지원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또 시내버스 운송원가를 항목별로 객관적 원가 자료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