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김두관(경남 양산을) 의원이 12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큰 형님 죄송하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했다. 2012년 당시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문 대통령을 향해 '문재인으로 질 것인가'라며 공격했던 것을 9년만에 사과한 것이다.

2012년 8월 25일 오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제18대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제주 경선'에서 경선에 나선 네 후보자들이 결과 발표를 앞두고 사회자의 호명에 따라 당원들에게 차례로 인사를 하고 있다. /조선DB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엊그제 '꽃길은 없었다' 출판기념회를 가졌다"면서, 그 소회로 이 같은 말을 했다. 출판기념회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누나인 노영옥씨도 방문했다고 적었다.

김 의원은 책 '꽃길은 없었다' 책 앞부분 '오판'이라는 장에서 2012년 당시의 일을 썼다고 했다. 그는 당시 자신이 ▲야권(현 여권) 최초의 경남지사 자리를 버리고 대선에 도전했고 ▲경선 과정에서 유력 주자였던 문 대통령을 공격한 두 가지 오판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회피하고 싶은 기억이자 가장 큰 정치적 실책"이라고 했다.

그는 "경남도민께는 지사직 사퇴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과를 드려왔다"면서 "문 대통령께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근 10년간 이에 대해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지난 총선 후 마련된 자리를 비롯해 몇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말이다. 당락이 불확실했지만, 그저 죄송한 마음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양산에 출마했다는 것조차 말씀드리지 못했다"라고도 했다.

김 의원은 출판기념회를 한 후 친여(親與)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김씨가 '왜 (문 대통령과) 소주 한 잔 하면서 털어버리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냐'고 집요하게 이 부분을 물고 늘어졌다고 했다. 그 결과 김씨의 권유로 문 대통령에게 "큰 형님 죄송하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영상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하고 나니 조금은 후련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10년 전 일이 동지들에게도 여전히 기억돼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 업보를, 족쇄를 풀지 못하고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고 했다. 이어 "2022년 대선에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우리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뛰겠다"며 "그 길이 저의 소명"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는 당시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의 거듭된 요청을 받고 경기 김포갑 지역구를 떠나 문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당시 내세운 슬로건. /인터넷 캡처

앞서 김 의원은 2012년 경남지사를 사퇴하고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 경쟁자였던 당시 문재인 후보를 향해 "기득권 정치를 한다"며 친문 계파주의를 맹비난했다.

2012년 7월에는 '문재인으로 질 것인가 김두관으로 이길 것인가'라는 문구를 넣은 홍보물을 제작해 당내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뻔히 질 후보를 뽑으시겠습니까? 이길 '김두관을 뽑으시겠습니까?'로 문구를 수정했다.

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56.5% 득표율로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2위는 손학규 후보(22.2%), 3위는 김두관 후보(14.3%), 4위는 정세균 후보(7.0%)였다. 문 대통령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김 의원은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6위를 기록했다.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8.9%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선택했다. 이어 이낙연 전 대표(11.5%), 박용진 의원(5.3%), 정세균 전 국무총리·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각 4.6%), 김 의원(1.1%)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