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김영환 전 의원과 신경전을 벌였다. 김 전 의원이 경기도가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것을 “모욕”, “천박한 돈”이라고 하자, 이 지사는 김 전 의원이 현재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민의힘은 망언을 사죄하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구속돼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최근 더물어민주당에서 ‘민주유공자예우법’을 발의한 것을 비판해 유공자 지위를 반납했다.

18일 오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희생자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환 “이재명의 10만원 지급, 광주정신 모독”

앞서 김 전 의원은 전날(18일) 페이스북 글에서 “이제 그만 상복(喪服)을 벗자”면서 “오늘 외지에서 모여 고개를 숙인 자들은 그날(1980년 5월 18일) 대체로 침묵한 자들”이라고 했다.

이어 경기도가 도내에 거주하는 5·18 민주유공자와 유족에게 7월부터 매월 10만원씩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점을 언급하며, “이 모욕을 어찌 지켜봐야 한단 말인가? 이런 돈을 받고도 광주를 말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이어 이 지사를 겨냥해 “천박한 돈으로 하는 마치 모리배의 정치 같아 보인다”면서 “어디 광주정신 모독죄는 없는가”라고 썼다.

◇이재명 “국민의힘, 사죄 쇼 벌이며 뒤로는 침 뱉어”

그러자 이 지사는 김 전 의원을 “국힘당 소속 김모 전 의원이 생계곤란 5·18 유공자에 대한 경기도의 월 10만원 지급을 두고 5·18 모욕이라고 비난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공식 약칭(略稱)이 없는데 ‘국힘당’이라고 썼고, 김영환 전 의원도 ‘김모 전 의원’이라면서 이름도 적지 않았다.

이 지사는 “참전유공자 생계지원금이 참전유공자 모욕일 수 없듯이, 생계가 어려운 광주5.18유공자 지원이 광주5.18 모독일 수는 없다”면서 “경기도가 월 100만원씩 독립유공자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독립운동 모욕인가”라고 했다.

그는 또 “겉으로는 5·18을 인정한다면서도 5·18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같은 유공자라도 5·18 유공자는 차별하는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광주학살 주역의 후예로서 눈앞에선 표가 아쉬워 사죄 쇼를 벌이면서 뒤로는 피해자 무덤에 침을 뱉는 양두구육 행태”라고 했다. ‘5·18 유공자’인 김 전 의원이 한 발언인데, 이를 국민의힘 전체의 뜻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김영환 전 의원. /조선DB

◇김영환 “모리배 정치 몰아내는 게 정치개혁, 시대정신”

그러자 김 전 의원은 19일 “저를 포함한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는 이런 돈을 받기 위해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것이 아니다”라며 “또 광주민주화운동은 전국민이 함께 한 것이지,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모리배를 가려내고 모리배의 정치를 몰아내는 것이 정치개혁이고 시대정신”이라면서, “이번 대선에서 몰아 낼 모리배 정치는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그는 “포퓰리즘은 나라의 예산과 세금으로 표를 사는 매표행위이고,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모리배 정치의 전형”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연세대 재학 중이던 1977년 유신헌법철폐를 촉구하는 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됐다. 교도소 내에서 긴급조치해제를 요구해 추가로 기소됐고 20개월간의 복역을 마친 뒤 1979년 석방됐다. 출소 이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수배를 당했고, 본인과 배우자가 함께 구속돼 부부가 모두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그는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해 김대중 정부에서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다. 정치 인생 대부분을 민주당에서 보냈으나, 국민의당을 거쳐 지난해 총선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