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13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송영길 대표 취임 후 부동산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두고 당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재산세의 경우 1주택자에 한해 감면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이뤘으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취득세 및 대출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한 반발은 상당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보유세와 거래세를 강화하고 대출을 억제한 것과 정반대라는 것이 이유다. 재산세와 종부세는 보유세,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는 거래세다. 특히 종부세 완화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크다. 종부세는 ‘상위 1%’ 주택 보유자에게 매기는 일종의 부유세이고, 부유세를 낮추는 것이 곧 ‘부자 감세’라는 것이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1주택자 재산세 부담 완화 이번 주 윤곽

민주당 부동산 특별위원회는 17일 오후 국회에서 서울시 구청장들과 정책현안 회의를 열고 재산세 문제를 조율한다. 재산세는 지방세에 속하기 때문에, 감면 기준을 올릴 경우 기초자치단체의 세수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구청장들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부동산특위원장(왼쪽 두번째)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특위-서울시 구청장 정책현안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진표 특위 위원장은 회의에서 “정부가 집값 폭등과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세제 및 금융조치를 내놓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로 인해 부작용이 나왔다”며 “1가구 1주택 실수요자들의 조세 저항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특위는 다음달 1일이 재산세 과세 기준일인만큼 빠른 시일 내 세제 개편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특위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재산세 감면 기준은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으로 논의가 어느 정도 완료됐다”며 “당 지도부와 특위 모두 이견이 없는 만큼 빠르면 이번 주 중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 공개 반발…”종부세·양도세 완화 안돼”

문제는 재산세를 제외한 종부세, 양도세 등이다. 당 지도부에서 공개적인 반발이 나오며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 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종부세 기준 상향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부담을 더 매김) 유예 등은 우려스럽다”며 “정부 부동산 정책 기본 방향과 역행한다”고 했다.

민주당 부동산 특위는 송영길 대표 주도로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강 최고위원은 특위를 향해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 진단도, 처방도 엉터리”라고 직격했다. 회의에는 송 대표도 참석해있었다. 그는 “특위의 정책이 누굴 위한 것인지 생각할 시점”이라며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기 위한 특위가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종부세 기준 상향은 지난 12일 김진표 위원장이 언급했던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특위 비공개 회의에서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시가 급등으로 종부세 대상이 크게 늘며 서민·중산층이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에 세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재산세 과세구간 등을 세분화해 세율을 정하려면 종부세도 함께 손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다주택자가 집을 팔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며 양도세 중과 유예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지난 1월에는 이같은 내용의 정책 건의서를 당 지도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송영길 “청년·신혼, 집값 70+20%까지 대출”, 윤호중 “시장 영향 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대출 규제를 두고도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를 최대 90%까지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윤호중 원내대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부동산 세제와 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규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세심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투기 근절과 공급 확대 정책을 확실히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청년,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에 한해 LTV 한도를 사실상 90%까지 풀어주는 방안은 송 대표가 경선 당시 발표한 공약이다. 부동산 특위는 부동산 규제 지역의 LTV 한도를 현행 40%에서 70%로 높이고, 초·장기 모기지(mortgage·주택담보대출)를 통해 약 20%의 우대 혜택을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LTV 70%를 적용받는 디딤돌대출·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상품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아이디어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는 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손질도 검토 중이다.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DSR은 오는 7월부터 40%로 제한된다.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의 6억원 넘는 아파트를 살 때 연 소득의 40%까지만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