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참여한 가운데 1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K-반도체 전략 보고대회’가 개최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향후 10년간 510조원에 달하는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주인공’이라 할 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참석할 수 없었다. 경제계에서는 청와대에 이 부회장 사면을 공식 건의했지만, 문 대통령은 ‘국민 공감대’를 말하며 소극적인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극자외선)동 건설 현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K-반도체’ 전략을 논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은 앞으로 10년간 51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고, 문 대통령은 “불확실성에 맞서 선구적인 투자에 나서준 기업인들의 도전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文대통령 양 옆에 이재용 대신 이재명·유은혜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5번째로 반도체 현장을 방문했다. 2019년 4월에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아 ‘시스템반도체 비전·전략 선포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이날은 이 부회장이 수감 중이어서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웨이퍼 모양의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할 때도 문 대통령 양 옆에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자리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 부회장 사면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면서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형평성, 과거의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충분히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서 '반도체 생태계 강화 연대 협력 협약식'을 마친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방문은 이로부터 사흘 뒤 이뤄졌다. ‘청와대가 계속 밝혀온 대로 재판은 재판, 경제는 경제로 이해하면 되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현장 방문은) 사전에 계획이 되어 있었다”면서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국민 공감대가 필요해 마음대로 결정할 부분이 아니라고 말했다”면서 “충분히 국민의 많은 의견을 듣겠다고 이미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국민 절반 가까이 ‘이재용 사면’ 적극 찬성

청와대가 이 부회장 사면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반복해서 밝히고 있지만, 세계적인 반도체 대란 속에서 이 부회장 사면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문 대통령이 사면 전제조건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언급했는데, 국민 열 명 중 일곱 명이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한다는 조사가 나오는 등 여론이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만 18세 이상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 부회장 사면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68.4%가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적극 찬성’은 47.0%, ‘다소 찬성’은 21.4%였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5.7%(적극 반대 15.9%, 다소 반대 9.8%)였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오른쪽)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 참석해 '용인 클러스터 중심 메모리 파운드리 투자 확대계획'을 발표하고 자리로 돌아오며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주먹인사를 하고있다. /연합뉴스